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상생형 일자리 사업이 사사건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전북 군산에 있는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명신의 프레스 공장에서 열린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에 참석해 “지역의 신산업 육성 의지와 노·사·민·정 대타협, 정부 지원이 더해져 군산은 전기차 메카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형 일자리는 명신 등 완성차업체 네 곳과 부품사 등 중소·중견업체 및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군산과 새만금산업단지에 전기차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2022년까지 4122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17만7000대를 생산하고, 19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올초 광주형을 시작으로 경남 밀양, 대구, 경북 구미, 강원 횡성에 이은 여섯 번째 지역 상생 일자리 모델이기도 하다.
반면 민주노총은 이날 낸 성명서에서 “이는 ‘상생형 일자리 사업’이 아니라 ‘노동기본권 제한 사업’”이라며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광주·구미형 일자리도 거부했다. 민주노총 군산지부는 그러나 “지역의 절실한 사정이 있다”며 참여를 결정, 노노(勞勞) 갈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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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부활' 거부한 민주노총…'勞使民政 참여' 일자리 모델 퇴색
군산형 일자리 협약
한국GM 군산공장은 군산시 총생산의 21.5%를 차지했다. 2018년 한국GM이 철수하며 2800여 개의 지역 일자리가 줄었다. 이보다 앞서 가동을 중단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여파까지 포함하면 약 16만9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도시는 황폐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전북 군산에서 열린 ‘군산형 일자리 상생 협약식’에 참석해 “이제 군산과 새만금 일대에 전기차 클러스터가 새롭게 조성되고 2022년까지 4122억원 투자와 함께 1900여 개의 직접 고용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며 ‘군산의 부활’을 알렸다.
청와대와 정부가 내세운 군산형 일자리의 차별점은 ‘높은 상생 수준’이다. 문 대통령은 “군산형 일자리가 무엇보다 희망적인 것은 ‘상생’의 수준이 최고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군산 경제를 살리기 위해 타지역과 달리 논의 단계부터 지방자치단체와 투자기업 노·사 대표, 전북 도민과 군산 시민 등이 합의를 이뤄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지역공동교섭을 통해 자동차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기본급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원·하청 공동복지기금을 조성하고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등 원·하청 상생 요소를 담았다. 청와대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최초로 참여한 상생형 일자리라고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벌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사·민·정이 완성도 높은 상생협약안을 도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날 광주·구미형 일자리에 이어 군산형 일자리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청와대와 지자체가 앞세운 ‘민주노총 최초 참여’ 등의 수식어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최재춘 민주노총 군산시지부장은 “이 순간까지 우리 민주노총 중앙과 지역본부의 우려를 뒤로한 채 간절한 군산 경제 극복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민주노총 중앙이 반대하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지역은 또 절실한 지역의 사정이 있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이 때문에 절박한 지역 경제를 외면한 채 민주노총 지도부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와 지자체가 자본 유치를 위한 카드로 노동기본권을 뽑아 써버렸다”고 주장했다. 내부에선 상생형 일자리에 독자 참여를 결정한 지부에 대해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앞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도 별도 성명을 내고 “협약서는 독재정권의 구호를 떠올리게 한다”고 정부를 맹비난했다.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제조업의 위기로 정부 주도의 상생형 일자리가 추진되고 있지만 노동계의 위기감은 아직 임계점에 달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노총의 대부’로 불리는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 모두 경제가 어려워져 노사가 절박해진 뒤에야 사회적 대화가 가능했다”며 “우리나라도 고용과 임금의 문제를 노사가 어떻게 양보하고 받아들일지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박재원/백승현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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