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27일 만에 다시 법정을 찾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25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재판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 서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취재진이 "뇌물 인정 액수가 올라가 형량이 바뀔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등기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경영계획이 바뀌나" 등의 추가 질문을 했지만 굳은 표정으로 법정으로 향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으로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뇌물의 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지만, 올해 8월 대법원이 "삼성 측이 최순실 측에 건넨 말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등 50억 원도 뇌물"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액수를 추가해야한다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2심에서 뇌물로 인정한 코어스포츠 용역대금에 대법원이 언급한 50억 원을 합하면 이재용 부회장의 전체 뇌물공여 액수는 86억 원에 달한다. 회삿돈으로 뇌물을 건넸다면 횡령 액수도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2심보다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죄는 횡령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일 때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횡령액이 50억 원이 넘어가게 되면 원칙적으로는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한 형량을 받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수감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여전히 형의 감경을 거쳐 집행유예를 받을 수도 있지만, 다른 혐의들도 여럿 유죄로 인정된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에서 삼성 승계 작업에서 뇌물이 건네졌고, 그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 2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부정 청탁' 여부도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은 당시 "2심이 '부정 청탁의 대상이 명확히 정의돼야 하고, 청탁도 명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법정 출석을 취재하기 위해 법원에는 100명 가까운 취재진이 몰렸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임원진이 법원에 나타나자, 이를 지켜보던 이들 중 일부는 "삼성은 각성하라, 부당해고자 복직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 힘내세요"라고 응원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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