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주류 자리를 내줬던 세단 신차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수년째 이어진 SUV 인기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세단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그랜저 페이스리프트와 아우디 A6, 기아자동차 K5 등 각 사를 대표하는 세단들이 판매를 앞두고 마케팅 계획 수립 등 막바지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 현대차는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를 3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켰다. '더 뉴 그랜저'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는 이 차량은 6세대 그랜저의 부분 변경 모델이지만 사실상 '신차급'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더 뉴 그랜저 디자인 프리뷰 행사에는 현대차 디자인 총괄 이상엽 전무가 발표자로 나서 무게감을 높였다. 그는 "그랜저는 현대차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테디셀링카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공을 들였다"며 "세단의 강점인 최상의 안락함을 제공하고자 내장에 고급 라운지 같은 느낌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한 현대차 관계자는 "하반기 출시되는 GV80으로 현대차그룹의 SUV는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이제 SUV보다 세단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해 세계적 명차와 겨루는 것이 진정한 승부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귀뜸했다.
기아차는 지난 6월 'K7 프리미어' 출시한 후 판매량에서 그랜저를 앞서며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K7은 그랜저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젊은 대형 세단'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상반기까지 내수에서 부진했던 기아차는 K7 프리미어의 성공으로 실적을 반등시켰다.
2017년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가 불을 지핀 국내 SUV 부흥기는 투싼과 스포티지로 이어지며 SUV 라인업의 다변화를 이끌었다. 위기가 계속되던 쌍용차도 티볼리로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세단의 반격을 이끈 것은 쏘나타다. 지난 3월 8세대 모델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쏘나타는 5월 1만3376대가 팔려 내수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것은 물론 3년5개월만에 월 1만대 이상 판매에도 복귀했다.
연말에는 기아차의 K5가 4년 만에 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이고 내년 상반기에는 제네시스 G80 완전 변경 모델도 출시된다. 두 차량 모두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끈 스테디셀러였다는 점에서 세단 부흥의 중역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1~9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 점유율은 51%로 과반을 간신히 유지 중이다. 더 뉴그랜저와 신형 K5가 가세할 경우 세단 시장의 시장을 파이를 키워 세단 점유율이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외제차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 23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클럽앤스파에서 '더 뉴 아우디 A6 45 TFSI 콰트로'를 출시하고 본격 판매에 나섰다. A6는 아우디 브랜드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중형 세단으로 전 세계 800만대 이상이 판매됐으며 한국에서도 2003년 출시 이후 7만6000대 이상의 누적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여기에 연내 대형 세단 A8의 신형 모델 출시도 계획 중이다.
볼보는 S60 세단을 출시하면서 해외보다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했다. 때문에 지금 계약해도 내년 상반기를 기약해야 할 정도로 대기자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 사이클상 SUV 수요가 한계가 달했다는 분석이 많다"며 "전통적인 세단으로는 승부가 힘들기 때문에 디자인은 쿠페형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고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중심으로 세단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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