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장관이 ‘부총리’라는 조금 더 큰 모자를 썼다고 경제팀장은 아닐 것이다. ‘세제’와 ‘예산’이라는 핵심 업무를 담당하며 다른 부처들에까지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행정권한을 가진 국무위원이 총리 빼고는 경제부총리뿐이다. 올 들어 스무 번씩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주요 정책 안건을 처리하는 권한도 있다. 최근 대학입시를 두고 해묵은 정시·수시 논쟁이 재연되며 ‘교육부 건너뛰기’ 논란이 나올 정도로 청와대가 정책 각론까지 주도하는 모습이지만, 그는 격주로 대통령과 독대하는 기회도 갖고 있다.
그런데도 경제팀장의 존재감이 미약하다. 분양가 상한제만 해도 당초 그는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주택 공급 축소를 걱정한 기재부 판단은 타당했다. ‘반(反)시장적’이라며 여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나왔는데도 여건을 살리지 못했다. 그가 연내 착공을 장담했던 현대자동차 서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는 여전히 발목이 잡혀 있다. 이런 게 누적돼 지난 3분기 건설투자가 5.2%나 줄었고, 그만큼 성장도 정체됐다.
경제팀장이 존재감을 보일 필요가 있다. 정치인이나 ‘폴리페서’ 장관들은 물론 청와대와 부처에 포진한 ‘어공’(외부 출신 공무원)들을 논리로 제압하며 위기에 맞는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 팽창재정을 풀어 예산을 줄 때 주더라도 정책효과를 엄격하게 측정하고, 상응하는 책임도 물어야 한다. 최근 ‘공정위 리스크’란 말은 왜 또 나오는지 살피며 기업 통제나 규제에 균형을 잡아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전임자처럼 물러나면서나 입바른 소리를 하는 ‘뒤늦은 소신파’가 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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