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훈계한 재판부…"할 일 하라" 당부에 추측무성

입력 2019-10-25 17:48   수정 2019-10-2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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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재판 결과에도 책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심리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총수로 해야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1993년 당시 만 51세 이건희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 버리고 사업 질 높이자고 이른바 삼성 신경영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습니다. 2019년 똑같이 만 51세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합니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가 25일 첫 공판에서 이례적으로 삼성 경영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면서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 말미에 "이 사건 수사와 재판 위해 많은 국가적 자원이 투입됐고 이 사건에서 밝혀진 위법행위가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국민적 열망도 크다"며 3가지를 당부했다.

정 부장판사는 재판 진행이나 재판 결과와는 무관하다면서도, "다음의 사항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삼성그룹이 이 사건과 같은 범죄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 및 뇌물범죄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실효적인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업내부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면서 "삼성그룹 내부에서 기업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하고 있었다면 이 법정 앉아있는 피고인들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최서원(최순실) 씨도 이사건 범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도 삼성그룹 내부에 실효적인 준범감시제도가 작동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이 사건 같은 범죄는 재발되지 않는다.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는 하급기관 비리만 방지하는게 아니라 고위직 임원과 기업총수의 비리행위도 방지할수있는 철저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장판사는 "엄중한 시기에 재벌 총수는 재벌체제 폐해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데 기여해야 한다"면서 "재벌 체제 혁신 통해 혁신기업 메카로 탈바꿈하는 이스라엘의 최근 경험 참고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어떠한 재판결과에도 책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심리에 임해주기 바란다"면서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총수로 해야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재판부의 이같은 말을 주시했다.

삼성 측은 재판부의 강도 높은 꾸짖음에 당황하면서도 세 번째 당부에 희망을 거는 분위기다. '기업 총수로서 할 일을 해달라'는 당부는 삼성 측 입장에선 '집행유예' 판결의 희망을 갖게 하는 발언이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을 언급한 것 역시 삼성의 과거 잘못된 관행을 고쳐 나가라는 뜻에서 이 부회장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대법원의 판단이 유지된다면 이 부회장의 뇌물 및 횡령 혐의액은 총 86억원으로 5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다만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정상참작의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작량감경이 이뤄질 수 있어 집행유예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법원에 출석하며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죄송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 부장판사의 이례적인 이같은 당부에 국민들은 "판사면 판결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집행유예 예고편인가", "삼성에게 돈 요구한 정부나 정치인들이 더 잘못있다", "우리나라에 삼성이라는 그룹이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표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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