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일자리 문제, 소득 분배가 좋아지는 기미는 보이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내달 9일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청와대 녹지원에서 연 출입기자단 초청 행사에서 한 말이다. 질문은 임기 절반을 넘어서는 시점의 소회를 묻는 것으로 시작됐다.
▷소회가 어떠신지요.
“평가를 어떻게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우리 나름으로는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정말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가 어렵습니다.
“세계 경제가 나빠져 일자리 문제라든지 소득 분배 부분들이 빨리 개선됐으면 좋겠습니다. 좋아지는 기미는 보이지만 아직도 국민들이 다 동의할 만큼 체감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가야 할 길이 멉니다.”
화제는 이날 오전에 소집된 교육관계장관회의로 넘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강남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서울 상위권 대학이라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쏠려 있는 것을 균형 있게 바꾸면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줄어 (입시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학종의 공정성·투명성을 믿지 못하니 수험생이나 학부모가 차라리 점수로 따지는 수능·정시가 더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임 인사에 대해서는 “서둘지 않겠다”고 했다. 복수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분위기 쇄신 및 총선 출마자들을 위한 중폭 개각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후임 인선은 어디까지 진행됐습니까.
“우선 검찰개혁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고 관련 수사도 진행 중입니다. 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가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관련) 입법이 될지도 관심사여서 지켜보며 판단하겠습니다. 그런 일에 변수를 만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검찰개혁 진척 사항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어느 정도 토대는 쌓았고, 국민이 인정할 정도로 성과를 내는 게 다음 과제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갑작스레 금강산에 있는 우리 측 시설을 철거하겠다는 뜻을 밝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발언에 대해선 단호한 어조로 우려를 표시했다.
▷북한의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 요구가 언뜻 악재로 보입니다.
“국민 정서에 배치될 수 있고, 남북한 관계를 훼손할 수도 있죠. 그러나 한편으론 관광 자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위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관광의 대가를 북한에 지급하는 것은 제재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관광 방식은 계속 되풀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현존하는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지요.
“남북 간에 사용하는 ‘완전한 비핵화’는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수준과 같습니다. 김 위원장이 여러 번 피력했고, 저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을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한결같이 확인한 바입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안전이 보장되고 밝은 미래가 보장돼야 한다. 우리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들게 하겠나’라는 (김 위원장 발언이) 이를 가장 잘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제는 김 위원장이 바라는 조건을 미국이 대화를 통해 받쳐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등을 제외하고 기자단과 격의 없는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날 행사에는 내외신을 포함해 총 240여 명의 기자가 참석했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 청와대에서도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이 동참했다. 맥주잔이 오갔으며 태풍 ‘링링’ 피해를 본 지역의 특산물과 과일을 재료로 한 음식들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언론은 입법·사법·행정부와 함께 국가를 움직여 가는 ‘제4부’”라며 “언론은 권력은 없으나 진실이 가장 큰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마도 저만큼 국민의 사랑을 많이 받은 정치인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진실을 가로막는 권력은 없고, 무엇이 진실인지와 진실을 균형 있게 알리려는 스스로의 성찰과 노력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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