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입양한 사실을 말해야 할까, 아니면 평생 숨기는 게 나을까. 이야기해야 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적당한 걸까.
네 명의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 A씨는 아이들이 점점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이 같은 고민에 빠졌다.
어느덧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접어든 첫째와 저학년인 둘째, 그리고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쌍둥이 남매까지 옹기종기 모여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지만 늘 A씨의 마음 한켠에는 '입양'이라는 단어가 자리하고 있었다.
매달 들어가는 생활비도 만만치 않았지만 남편과 함께 맞벌이를 하며 넉넉한 수입을 유지하고 있는 덕에 네 아이 모두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고 자신하는 A씨였다. 하지만 입양 사실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괜한 막막함이 밀려오곤 했다.
아이들이 모두 성인이 된 후에 말하려면 왠지 입이 안 떨어질 것 같고, 그렇다고 평생 숨기는 것도 죄를 짓는 기분이 들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린 자녀들이 받을 충격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이야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혼란스럽기만 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정서적인 측면을 고려해서라도 사춘기는 피해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눈치가 빨라서 어느 정도는 알 수도 있다", "난 고등학생 때 듣고 정말 충격이었다", "사실 언제 들어도 충격은 클 것 같다", "충분한 사랑으로 아이들을 보살핀다면 늦게 이야기해도 될 것 같다", "크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 같은데", "언제 들어도 입양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는 게 좋을 듯", "난 꼭 알아야 하는 문제인지 모르겠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7년 입양부모 27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입양자녀를 양육하며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28.7%가 '입양에 대한 편견으로 인한 주변의 오해'를 꼽았다. 이어 '입양사실 공개 시 방법 고민'과 '입양사실을 안 자녀가 삐뚤어질까봐'가 동일하게 19.1%를 차지했다. '자녀문제가 입양 때문인 것 같아 걱정'이라는 답변도 11.8%로 나타났다.
입양에 대한 편견과 아이들이 겪을 충격에 대한 고민으로 '비밀입양'을 선호하는 가족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이를 타파하기 위한 개인과 사회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육아정책연구소의 '돌봄 취약계층 맞춤형 육아지원 방안' 보고서는 입양자녀가 영유아기를 거쳐 학령기가 되면 더 다양한 사회적 편견과 마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입양 사실에서 비롯되는 각종 시선이 아동의 건강한 사회·정서발달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들 역시 아이 만큼이나 여러 고민을 떠안고 있는데 '사춘기가 되면 문제를 일으킬 것', '입양사실을 알면 큰 혼란에 빠질 것', '크고 나면 친생부모를 찾아갈 것' 등이 그것이다. 단, 보고서는 이 같은 어려움은 자녀가 성장하면서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성인이라 할지라도 입양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큰 충격이 될 수 있고, 이는 개인 차도 클 수밖에 없는 문제다. 그렇기에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개인적, 사회적 인식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교육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입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구축되고, 이를 기반으로 건강한 입양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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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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