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정상을 향한 키움의 야심찬 도전이 4경기 전패라는 결과로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이번 시즌 키움은 '바지 감독'이라 불리며 평가절하되기도 했던 장정석 감독의 리더십, 베테랑 타자진의 분투와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십분 보여줬다. 오늘보다 내일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키움은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19 신한은행 마이카KBO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4차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9대 11로 패했다. 이날 결과로 키움은 승리 없이 4패를 기록해 두산에 한국야구 정상 자리를 내줬다. 키움의 창단 후 첫 우승이라는 꿈도 다음으로 기약하게 됐다.
한국시리즈에 앞서 키움은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3승1패로 물리쳤고, 플레이오프에선 SK 와이번스를 3승으로 격파했다. 거듭된 승리로 키움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쌓인 피로도가 키움 선수진의 발목을 잡았다. 5년 만에 한국시리즈 경기장을 밟은 터라 긴장감과 부담감도 컸다.
가장 믿을 수 있는 무기라 평가받았던 키움의 불펜은 한국시리즈에서 무너졌다. 1차전에서 마무리 오주원이 끝내기 안타를 맞으면서 첫 경기를 내준 키움은 2차전에서는 불펜이 붕괴되며 다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4차전에서 역시 불펜 난조에 8대 3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키움은 8대 9로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도 9회말 어렵게 동점을 만들어 승부를 연장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키움의 불펜이 먼저 무너지며 9대 11로 패배했다.
2014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도전한 키움은 5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두산의 경험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쓰라린 패배에도 이번 시즌 키움은 큰 수확을 거뒀다는 평가다.
장정석 감독은 코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붙었던 '물음표'를 철저한 데이터 분석으로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며 '느낌표'로 만들었다. 이번 가을 야구에서 장정석 감독은 LG와 SK 사령탑들과의 지략 싸움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명장 대열에 합류했다.
투타에서도 키움은 안정적인 전력을 보여줬다. 타석에서는 베테랑 박병호와 서건창이 팀을 이끌었다. 이지영과 박동원은 다른 팀의 부러움을 사는 안방 라인업을 자랑했다. 베테랑의 활약에 젊은 피도 힘을 보탰다. 리그 최다 안타 2위 이정후는 가을 야구에서도 그 명성을 이어갔다. 김하성 역시 상대 사령탑의 견제 1순위로 뽑힐 정도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마운드에서는 브리검과 요키시, 김상수, 오주원 등이 활약했다. 특히 조상우는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무사만루 위기를 연속 삼진으로 막는 등 역투를 보여줬다. 구원진 역시 리그 평균자책점 1위(3.41)로 선전했다. 영건 이승호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차세대 좌완 에이스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이 외에도 이영준 윤영삼 양현 등이 새 얼굴로 떠올랐다. 이전까지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이들은 포스트시즌의 부담감을 이겨내며 리그에서 주목하는 투수로 거듭났다.
통한의 패배를 맛본 키움의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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