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자율주행차 경험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본

입력 2019-10-27 11:51   수정 2019-11-11 16:50


도쿄를 포함한 일본 간토 지역에서 많은 비가 내렸던 지난 25일. 도쿄 오다이바에 있는 메가웹에선 도쿄도가 주최한 자율주행차 시승회가 열렸습니다. 일본 내 주요 언론을 대상으로 시행된 이날 시승회에는 일본에서 운전석과 핸들, 가속패달 없는 차량으로는 처음으로 번호판 취득한 11인승 자율주행 버스가 등장했습니다.


프랑스 벤처기업 나비야(Navya)가 만든 자율주행차량은 소프트뱅크 등과 함께 만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차량 운전자 없이 미리 설정한 경로를 따라 움직이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정해진 시각에 주차장에 도착해, 사람들이 탑승하면 자동으로 출발합니다. 위성항법장치(GPS)로 위치를 파악하고, 차량에 장착된 센서가 장애물을 감지하고 노면 상황을 파악한다는 설명입니다.


이날은 메가웹 600m 구간을 직선 코스는 시속 10㎞, 커브 구간은 시속 5~6㎞ 정도의 속도로 달렸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노면이 미끄러웠던 탓에 두 번 가량 ‘급제동’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 차량은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으로 움직이지만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게임기 같이 장치를 이용해 차량을 조종할 수도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량에 동승했던 관계자는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셔틀버스 개념으로 선수단 내지 관객들을 옮기는데 이 자율주행 버스가 사용되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기술이 완벽해 보이지도 않고, 한계도 분명해 보였습니다만 다양한 환경에서 자율주행차 실험을 꾸준히 진행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에선 최근 몇 년 동안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경험을 계속해서 축적해 나가고 있습니다. 고령화와 일손 부족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자율주행차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마현 마에바시시나 사이타마현 사이타마공대 등에선 노선이 복잡하지 않은 지방 도로를 대상으로 일반인 대상 자율주행버스 실증실험도 수차례 진행했습니다. 도쿄도에서도 이날 등장했던 자율주행 버스를 이용해 올 7월에 도쿄 미나토구 일반 도로에서도 자율주행차 사용화 실험을 시행한 바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관심은 최근 개막한 ‘도쿄 모터쇼 2019’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모터쇼에 도요타자동차와 닛산자동차는 무인 주차기술을 소개했습니다. 에를 들어 호텔 입구에서 차에 내리면 자동차가 스스로 빈 주차공간을 찾아 이동해 정차하는 기술입니다.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상용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고 실용화가 손쉬운 자동주차 기능을 두고 기선제압 전쟁에 나선 것입니다.


도요타자동차는 2020년 7~9월경에 렉서스 차량을 개조한 ‘레벨4’급 자율주행차로 도쿄 오다이바 일반 도로에서 일반인이 탑승하는 시승 실험을 실시키로 했습니다. 교통량이 많은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차의 주행 실험을 실시해 실제 기술 도달 수준을 체크하고, 앞선 기술력을 과시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차세대 기술은 자동차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일본 사회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섰다고는 할 수 없지만 꾸준하게 관련 실험을 진행하며 경험을 축적해 가고 있습니다. 명확한 계획 하에, 꾸준하게 실험을 진행하며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가는 일본의 강점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한국 자동차 업계도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선 좀 더 경각심을 갖고, 장기적 전망 하에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꾸준한 경험 쌓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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