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음악을 좋아하던 그는 1995년 음향 전문 회사에 들어갔다. “제 윗세대엔 공고 출신 등 기술을 배운 분들이 주로 음향 작업을 했어요. 우리 세대부터는 기술은 부족해도 음악을 좋아해서 이 분야에 뛰어든 사람이 많아요. 처음엔 콘서트 음향을 하려 했는데 회사에 들어간 뒤 뮤지컬을 하게 됐습니다. 뮤지컬만의 매력에 금세 빠져들었죠.”
그가 지금까지 음향 작업을 맡은 뮤지컬은 400편이 넘는다. 처음 음향을 담당한 뮤지컬 공연은 1995년 창작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였다. 이후 ‘지킬앤하이드’ ‘영웅’ ‘그리스’ ‘프랑켄슈타인’ ‘맨오브라만차’ 등 수많은 히트작의 공연 현장에 그가 있었다. 올해는 ‘스위니토드’ ‘벤허’ ‘드라큐라’ 등의 음향감독을 맡았다.
그는 동료 20명과 함께 팀을 이뤄 일한다. 1000석이 넘는 대극장 공연 기준으로 편당 4명씩 조를 짜서 일한다. 음향 콘솔을 조작하는 오퍼레이터, 무선 주파수를 관리하는 RF(radio frequency) 담당 등으로 구성된다. 음향팀은 공연을 보는 관객의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장면마다 작은 소리 하나를 더하고 빼는 것에 고민을 거듭한다. “전쟁이 난 다음에 사람들이 죽은 장면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무대 위 사람들이 쓰러져 있기만 한 게 아니라 저 멀리서 까마귀 소리가 들려오면 어떨까요. 그 소리만으로 관객들은 전쟁터의 공포와 서늘함을 훨씬 크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객석 구석구석까지 대사와 노래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배우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배우들에게 무선 마이크를 달아주며 안면을 튼 순간부터 그들과 수시로 대화한다. “‘스위니토드’처럼 변박자가 많고 음악이 까다로우면 배우들이 무대에서 긴장하게 돼요. 상대의 목소리나 음악이 잘 안 들리면 큰 혼란이 올 수도 있죠. 이런 공연일수록 음향팀과 배우들의 소통이 더 원활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뮤지컬 전용 공연장이 잇달아 들어서고 첨단 장비가 개발되면서 공연 음향의 질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음향 콘솔을 맡는 이른바 ‘입봉’을 하려면 최소 5~6년이 걸리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일도 힘들다 보니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국내 공연 음향이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오르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세대에선 그렇게 못했으니 후배들에게 제가 가진 지식을 모두 알려줘서 꼭 이뤄내고 싶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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