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7일 15:1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포스코의 철강·플랜트 엔지니어링 계열사 포스코플랜텍이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포스코 계열사 중 처음으로 워크아웃(채권단 관리)에 들어간지 약 4년 만이다. 한때 조단위 매출을 자랑하던 포스코 계열사가 매물로 나오면서 구조조정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이 주도하는 포스코플랜텍 채권단은 최근 포스코플랜텍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주관사를 맡은 삼정KPMG회계법인은 최근 잠재적 인수후보들을 대상으로 매물의 현황을 담은 소개자료인 티저레터를 배포했다. 채권단 관리 기업인만큼 매각은 공개경쟁입찰로 치뤄질 전망이다. 예비입찰은 11월 중순 이후 이뤄질 전망이다.
매각은 신규 유상증자나 회사채 매입을 통해 자본을 수혈하고, 포스코(60.84%)와 포스코건설(13.1%)이 갖고 있는 구주는 일정 부분 감자해 인수자가 최대 주주 지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 매출액 2939억원, 영업이익은 257억원으로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부채가 4859억원으로 상당한 수준이고 자본잠식 규모도 여전히 1300억원에 달한다.
포스코플랜텍은 1982년 포스코가 자회사로 설립한 제철소 정비 전문업체 제철정비(주)가 전신이다. 2010년 포스코가 제철소 정비를 외주화하기 전까지 포스코의 정비사업을 독점적으로 맡아왔다. 포스코 설비의 독점 정비권이 사라지면서 회사는 당시 한창 호황기를 구가하던 플랜트 EPC(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 설계·조달·시공) 사업에 진출했다. 2010년 1월 포스코플랜텍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부실은 안정적인 정비 사업에서 벗어나 변동성이 큰 플랜트 사업에 뛰어들면서 비롯됐다. 2010년 3월 포스코는 해외 플랜트나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수주를 주력으로 하는 중견기업 성진지오텍을 1600억원에 인수하며 그룹 내 EPC사업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경기 침체로 철강·플랜트 산업의 부진이 거듭되며 2013년 포스코는 대대적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포스코플랜텍과 성진지오텍 역시 이 때 합병이 이뤄졌다.
그러나 합병 후 두 회사의 경영은 더욱 악화됐다. 합병 전인 2012년 두 회사를 합쳐 1조 2000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합병 후 6000억원대로 반토막 났다. 이후 우후죽순 해외 플랜트 사업장 부실이 터져 나오며 포스코플랜텍은 매년 천억원을 넘나드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포스코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에 rjf쳐 총 3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부실을 막을 순 없었다. 결국 2015년 350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포스코플랜텍은 자본잠식에 빠졌고, 그해 9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포스코플랜텍은 울산과 포항 광양에 있는 총 5곳의 공장 중 두 곳을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나섰다. 부실의 단초가 된 조선·해양, 석유화학, 발전 플랜트 건설 등 적자 사업은 정리하고 철강 플랜트 분야로 사업 역량을 집중시켰다. 구조조정의 결과 2016년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포스코플랜텍은 2017년 이후 매년 200억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결손금을 일부 줄여왔다.
이번 매각은 연말 워크아웃 연장 심사를 앞두고 사실상 의사결정 주도권을 쥐고 있는 채권단 주도로 추진이 이뤄졌다. 포스코는 약 73%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워크아웃 이후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지배력을 실질적으로 상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엔 연합자산관리(유암코)등 복수의 원매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통해 안정적인 본업의 경쟁력을 살렸다는 점은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서도 “여전히 남아있을 해외 사업 부실의 불확실성이 커 섣불리 나서긴 어려운 매물”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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