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달 희망퇴직에 이어 2차 구조조정에 나선다. ‘생산절벽’이 심화하고 있어 생산직 1800여 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회사를 떠나는 최악의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최근 노조에 내년도 생산계획을 공개하면서 세 가지 추가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안은 생산직 연차휴가(최대 30일)를 모두 소진하게 해 유휴인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2안은 시간당 생산량을 45대에서 35대로 낮추는 안이다. 마지막으로 2교대 근무방식을 1교대로 바꾸는 것도 검토 중이다.
르노삼성이 추가 구조조정 카드를 꺼낸 것은 내년 수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생산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연간 약 10만 대)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생산이 내년 초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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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절벽' 르노삼성, 생산직 절반 떠날 수도 있는데
노조는 기본급 인상 요구만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모두 구조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 화두는 고용입니다. 고용을 지키기 위해서는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24일 르노삼성자동차의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약’ 실무협상에서 사측 대표는 굳은 얼굴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노조가 기본급을 8%(15만3335원) 올려달라는 요구를 이어가자 “기업들이 이익을 위해 공장 이전을 결정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사갈등이 계속되면 본사인 프랑스 르노그룹이 한국 부산공장의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이다.
만들 차 없는 르노삼성
르노삼성이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만들 차가 없는 ‘생산절벽’ 위기다.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이 내년 초 끝난다.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연간 약 10만 대)을 차지하는 물량이다. 르노삼성은 올해 초 후속 위탁생산 모델을 따내려 했지만, 르노그룹이 이를 반대했다.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의 노사갈등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이유를 내걸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6월 2018년도 임단협을 해를 넘겨 마무리했지만 곧바로 2019년 임단협 협상을 시작해야 했다.
그 사이 르노그룹의 다른 공장들이 움직였다. 르노삼성에 배정될 예정이던 XM3 유럽 수출물량(연 8만 대 규모)을 다른 공장과 나눠야 할 처지다. 배정 시점도 늦춰지고 있다. 지금 물량을 받더라도 생산준비 기간 등을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에나 생산에 들어간다. 상당 기간 내수 물량으로 버텨야 한다는 의미다.
내수 상황도 나쁘다. 르노삼성의 올 1~9월 내수 판매량은 6만402대로 작년 같은 기간(6만2343대)보다 3.1% 줄었다. 2017년 1~9월(7만5172대)과 비교하면 19.6% 감소했다. 게다가 한때 르노삼성 내수 판매의 30%가량을 차지한 SM3, SM5, SM7은 단종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준대형 SM6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만으로 내수시장을 공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규모 감원 가능성도
결국 르노삼성은 지난 8월 1차 구조조정 계획을 노조에 통보한 이후 두 달 만에 추가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시간당 생산량을 60대에서 45대로 낮추고, 직원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1차 구조조정으로는 ‘생산절벽’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최근 세 가지 구조조정안을 노조에 설명했다.
생산직의 연차(최대 30일)를 모두 쓰게 하는 1안은 노조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있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 시간당 생산량을 45대에서 35대로 낮추는 2안은 공정마다 필요한 인력 수가 줄어든다. 소폭 감원이 불가피하다. 2교대 근무를 1교대 근무로 바꾸는 3안은 생산직의 최대 절반가량(약 900명)이 ‘남는 인력’이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르노삼성이 2안 또는 3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르노그룹이 올해 초 로그 후속 물량을 배정하지 않은 건 결국 노사갈등 때문인데, 아직 르노삼성 노사는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며 “XM3 수출물량을 이른 시일 내 온전하게 받아올 가능성이 없는 만큼 추가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노사갈등이 이른 시일 내 해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르노삼성 노조는 다음달 이틀 동안 특근(휴일근무)을 하자는 회사의 제안을 거절했다. 회사의 전환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노조의 반대 이유였다. 업계에서는 세계 자동차 공장이 생산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르노삼성 노조가 ‘배부른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병욱/장창민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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