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을 ‘도박’에 비유하며 “금융회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합동검사로 DLS의 설계·판매·운용 전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는 금감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해당 은행의 임직원들이 중징계를 받으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 금융권 인사 태풍이 예상된다.
“본점 차원의 구조적 책임 발견”
투자자 피해에 대한 배상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이뤄진다. 분쟁조정위 결정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몸을 바짝 낮춘 우리·KEB하나은행은 이곳에서 내린 분쟁조정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은 약 250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분쟁조정위가 두 은행에 역대 최고 수준의 책임을 지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상 분쟁조정에서 금융회사 측 배상비율의 마지노선인 70%를 넘어 70~100%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2008년 파워인컴펀드, 2014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태 등을 보면 피해자 중 파생상품 투자 경험이 전무한 노인 등은 70%를 돌려받았다. 이는 이례적인 경우이고, 고위험 투자 경험이 있으면 아예 배상받지 못한 사례도 많다. 투자자도 자기 행동에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DLS 사태는 과거와 다르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업점 단위의 일반적인 불완전판매 수준을 넘어 본점 차원의 구조적 책임이 발견되는 등 사안이 심각하다”고 했다. 합동검사에서는 내부 반대를 묵살하고 상품 심의기록을 조작하거나, 손실 가능성 등 중요 정보가 영업점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정황이 확인됐다.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 거론
은행과 임직원에 대한 제재 수위도 관심사다. 당국의 제재는 금융회사를 겨눌 수도 있고 임직원 개인을 향할 수도 있다. 이번엔 은행과 경영진 모두 징계를 피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전체 DLS 판매액의 95.9%를 차지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는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거론되고 있다. 금감원은 조만간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에게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문답서’를 제출받을 예정이다.
KEB하나은행은 금감원 검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8월 초 내부 전산망에서 DLS 관련 자료를 대거 삭제한 사실도 확인됐다. 금감원이 파일을 복구해 보니 DLS 판매 실태와 손해배상 검토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KEB하나은행은 “내부 참고용으로 작성한 자료”라고 항변했다. 금감원은 “현행 규정상 모두 ‘검사 방해’에 해당하는 행위”라며 “검사 방해는 제재 수위를 한 단계 가중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우리·KEB하나은행에 대한 징계와 별도로 DLS 사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 중이다. 투자숙려제 도입이 유력하다. 투자숙려제는 펀드에 가입하려는 소비자에게 마감일까지 실제로 투자할 것인지 숙고할 시간을 주는 제도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상품에 가입하기 전 신중하게 투자를 결정하게 한다는 취지다.
임현우/박신영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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