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5년간 쫓은 'IS 수장' 알바그다디…포위망 좁혀오자 '자폭'

입력 2019-10-28 00:06   수정 2020-01-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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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8)가 미군의 습격 작전 중 사망했다고 27일 밝혔다. 중동 철군으로 미국에서 비난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알바그다디 축출 성공은 철군을 정당화할 호재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알바그다디가 지난 26일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에서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이 알바그다디의 진지를 급습했고 그는 굴을 통해 도망치다 막다른 길에서 자살폭탄 조끼를 터뜨려 자폭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외신들은 이란과 이라크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알바그다디가 사망했다는 정보가 시리아 인근 국가 정보당국에 들어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바그다디는 2010년 IS 전신인 이라크·이슬람국가(ISI) 지도자로 추대된 인물이다. 2013년 IS 창립을 공식 선포했으며 2014년 6월 IS가 이라크를 장악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2014년 7월 이라크 모술에서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뒤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지대 등에 은신하며 국제 사회의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보당국은 알바그다디에게 2500만달러(약 293억원)에 달하는 현상금을 걸었다.

미군은 알바그다디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지난 2주 동안 몇 차례 제거 작전을 펼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터키군과 쿠르드민병대(YPG)의 도움으로 작전을 수행해 알바그다디를 축출하는 데 성공했다. 미군 측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알바그다디는 자신의 자녀 세 명과 함께 자폭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바그다디의 시신은 회수되지 않았지만 미군은 현장에서 DNA 검사를 통해 그가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며 “알바그다디는 낑낑대는 겁쟁이처럼 울다가 죽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이 성공하면서 중동 철군을 정당화할 명분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시리아 철군을 전격 발표한 것과 관련해 미국 내에서 중동 지역의 쿠르드 동맹을 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었다. 이날 철군에 대해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군대가 시리아에 주둔하는 건 미국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미국 국민의 세금으로 IS로 피해를 보는 러시아와 터키만 도와주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작전은 미국이 세계 테러리스트를 소탕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과거 대(對)테러전 성과들을 언급했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배후인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2011년 5월 사살했다. 지난 9월에는 오사마 빈라덴 아들인 함자 역시 미군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다.

시리아 북동부지역의 미군이 철수 중인 가운데, 미국 정부는 기존 방침을 뒤집고 시리아에 상당수 병력을 남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백악관이 시리아 북동부에 500여 명의 병력을 남기고, 전투용 전차 수십 대를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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