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인제는 모터, 전주는 한옥…도시 브랜드 키우는 '유니크베뉴'

입력 2019-10-28 16:06   수정 2020-05-22 16:34

새롭게 뜨는 유니크베뉴

관광·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분야에서 ‘장소(venue)’가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는 크다. 그래서 외래 관광객과 각종 국제행사 유치가 주목적인 컨벤션뷰로(CVB)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도 ‘디엠오(DMO)’, 즉 데스티네이션(destination) 마케팅 조직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명소를 찾아 관광·마이스 목적지로서 매력을 끌어올리는 것. 이것이 도시 마케팅의 시작이자 최종 목표다. 유니크(독특한)하고 에지(감각적인) 있는 매력으로 도시 브랜드를 끌어올리는 주역으로 급부상한 ‘뜨는’ 유니크베뉴를 소개한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자동차 제조과정 한눈에

자동차는 수만 개의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건 전문가에게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자동차 테마파크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사진)은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최적의 장소다. 제작 과정에 대한 궁금증 해소는 물론 최신 자동차를 시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 최대 규모 전시장인 킨텍스와 가까워 각종 행사와 연계한 코스나 프로그램 구성이 쉽다.

스튜디오 안에는 쏘나타, 그랜저, 코나는 물론 제네시스EQ900 프레스티지까지 다양한 차종이 전시돼 있다. 전시 차량은 모두 탑승도 가능하다. 전시부스 앞에는 구루 또는 스토리텔러로 불리는 직원들이 자동차 기본 정보와 작동법 등을 상세히 알려준다.

상설전시장은 자동차 제조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물로 꾸며져 있다. 로봇 팔이 춤을 추듯 바쁘게 움직이며 차체 도색과 시트 조립 과정을 보여준다. 지하에는 자동차에 적용된 안전, 바람, 소리, 엔진 관련 최신 기술을 체험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벽면 전체에 에어백이 설치된 전시장 중앙에는 루프를 떼어낸 전시 차량을 통해 에어백이 터지는 순간을 생생히 볼 수 있다.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기술을 보여주는 전시 공간에선 가속페달과 변속기를 체험할 수 있다. 스튜디오 3층에 있는 디자인 전시장에서는 자동차 외형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상설전시장의 백미는 극장식으로 꾸민 ‘4차원(4D) 라이드’ 체험관이다.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자동차 경주로 유명한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을 가상으로 체험해보는 공간이다. 좌석이 흔들리고 바람이 불거나 물방울이 튀어 놀이기구를 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경주에 참가한 차량의 타이어를 교체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인천 코스모40 화학공장,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인천 서구 가좌동에 있는 코스모40(사진)은 경계 없는 영감의 공간을 지향하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장소에 얽힌 색다른 이야기, 독특한 공간 구성과 콘텐츠로 인천의 새로운 마이스 유니크베뉴로 주목받고 있다. 유니크베뉴는 지역의 문화적 고유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나 이채로운 장소 자체 등을 일컫는다. 빵과 커피를 먹으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전시나 공연을 보는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라는 얘기다.

메인홀에서 사진전이 열리는 가운데 오후 2시부터 새벽 6시까지 공연 프로그램 ‘런다운’이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열린다. 스케이트 보더가 전시 작품 사이사이에서 라이딩을 즐긴다. 코스모40 관계자는 “전시와 공연 등 특정 카테고리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영감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존 사고와 틀에 따라 재단하지 않는 것이 코스모40 공간 구성의 주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통상 공연장은 A영역, 영화관은 B영역, 카페는 C영역 등 물리적 경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경계 안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코스모40은 자유로운 기획을 위해 이 같은 물리적 제약을 없앴다.

코스모40은 당초 화학공장이었으나 새 단장을 거쳐 지난해 10월 복합 문화공간으로 되살아났다. 1970년대부터 있던 코스모화학 공장이 이전하면서 대부분 건물이 철거되고 ‘40동’만 남아 지금의 ‘코스모40’이 됐다. 코스모화학 40동의 기억을 건물 이름으로 표현한 것이다. 코스모40은 지난 9월 ‘2019 인천시 건축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건축상 심사위원회는 “도시재생에서 건축의 역할이 물리적 해결을 넘어 역사성과 인식의 전환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코스모40이 온전히 표현하고 있다”고 심사평을 했다.

강원 인제 스피디움 수려한 자연 속 짜릿한 레이싱

강원 인제 스피디움(사진)은 자동차 마니아뿐만 아니라 인제를 찾는 관광객 사이에서 ‘핫플’로 뜨고 있는 모터스포츠 전용 경기장이다. 미국의 유명 서킷 디자이너인 앨런 윌슨이 설계를 맡았다. 국제자동차연맹(FIA) 기준을 충족한 총연장 3.9㎞의 경주 트랙을 갖춰 대규모 국제 경기도 가능하다. 내린천, 점봉산, 방태산 등 청정 자연 속에 자리잡아 환경적 아름다움까지 넘치는 매력을 자랑한다.

인제 스피디움은 전문 선수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경기가 없는 날엔 아마추어 카레이서와 일반인 라이더들도 주행을 즐긴다. 자신의 차량 또는 스피디움에서 빌려주는 차량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라이선스도 취득할 수 있다. 이론교육은 80분, 실전주행은 30분 정도 걸린다. 라이선스 유효기간은 1년이며 매년 연장 가능하다.

라이선스가 없어도 즐길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일반 택시처럼 전문 레이서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하는 서킷택시, 자신의 차로 서킷을 완주하는 서킷사파리 등이 대표적이다. 서킷사파리는 말 그대로 자신의 차를 타고 전문 레이서가 운전하는 선두 차량을 따라가며 서킷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차량 주행이 부담스러운 고객을 위해 서킷카트도 운행한다. 카트 최고 속도는 약 60㎞지만 체감 속도는 약 150㎞에 달해 레이싱의 짜릿함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밖에 사륜형 이륜자동차인 ATV 체험존도 인기 프로그램. 일반도로부터 오프로드 코스까지 수준별 구간에서 다양한 종류의 카트를 즐길 수 있다. 유아용 전동카, 전동오토바이, 전동카트도 선택사항. 직접 운전하는 일반 고카트와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고카트체험 프로그램은 인제 스피디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전주 왕의지밀 한옥마을에 자리잡은 '왕의 거처' 호텔

전북 전주 왕의지밀(사진) 한옥호텔은 전통 한옥 양식을 갖춘 숙박시설로 최근 국내외 관광객으로부터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끼며 널찍한 공간에서 여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업회의와 국제회의 환영만찬, 네트워킹 파티 등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행사에서 이색 콘셉트의 이벤트 장소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호텔 내에 컨벤션센터가 있어 중소 규모 세미나와 워크숍, 만찬 등 개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8년 5월 문을 연 왕의지밀은 조선왕조의 발생지며 아시아 10대 명소인 전주한옥마을 안에 자리하고 있다. 호텔 이름 왕의지밀은 ‘왕의 거처’라는 뜻이다. 왕의지밀은 1만9834㎡ 대지에 한옥 11개 동이 2층으로 지어졌다. 건물 11채는 처마를 잇대듯이 지어져 전체적으로 용틀임하는 형상을 띠고 있다. 한옥의 유려한 자태를 제대로 표현했다는 평을 듣는다. 객실은 조선시대 벼슬의 이름을 따 정1품부터 정6품으로 등급을 나눴다. 전체 11개 동의 64개 객실은 총 232명을 수용할 수 있다.

왕의지밀 곳곳에선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주거자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한옥만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넓은 앞마당을 푸른 잔디로 꾸며 어린아이는 물론 누구든 맘껏 뛰어놀 수 있다. 투호 던지기와 굴렁쇠, 윷놀이 등 다양한 민속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호텔 앞마당은 투숙객은 물론 행사 참가자들이 서로 친교를 맺는 교류와 소통의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호텔 인근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호텔 인근 울창한 편백나무 숲은 일상에 지친 심신을 잠시 내려놓고 고즈넉한 산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김병근/이관우/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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