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지방이 자꾸 쌓이는 이유… '장내 세균 밸런스' 지켜라

입력 2019-10-30 09:24  

지방흡입·비만클리닉 특화 의료기관에 몸담으며 환자들에게 많이 듣는 질문 하나가 '정말 살찌는 체질이 따로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내원하는 다이어터 중에는 그렇게 많이 먹는 것도 아닌데, 먹는 것에 비해 살이 찌는 경우가 있다. 선천적으로 쉽게 지방을 축적하는 체질을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생활습관에 의해 후천적으로 체질이 변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먹어도 살이 쉽게 찌는 것은 개인의 면역력, 대사능력, 혈당 대사기능, 근육량, 비만 유전자, 스트레스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 중에서도 최근 주목받는 요소 중 하나가 '장내 세균 균형'이다. 장내 유익균이 많이 존재할수록 비만이 예방된다는 것이다.

장내에는 유익균과 유해균, 중간균이 공존하며 인체 시스템을 다스린다. 이 중 유익균은 '상재균'으로 불리는 정상세균을 의미한다. 유익균은 외부에서 침입되는 나쁜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다만 컨디션이 떨어지는 경우 중간균은 유해균으로 돌변해 질병을 일으킨다.

유익균보다 유해균이 많아지면 면역력이 저하되는데 이 과정에서 소화불량·만성염증 등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장내 세균총 균형이 깨진 경우 비만해지기 쉽다는 연구도 두루 보인다.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비만세균'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비만해지면서 많이 나타나거나, 비만해지도록 유도하는 장내 유해균을 말한다. 대표적인 비만세균으로 피르미쿠트·엔테로박터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섭취한 칼로리를 당이나 지방으로 전환하는 특성을 보여 장내에 많이 존재할수록 살이 찌기 쉬운 체질로 만든다.

반대로 국내 한 대학병원 의료진의 동물실험결과 장 속에 사는 특정한 세균이 효소와 호르몬 분비를 조절해 체중과 혈당을 줄일 수도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이들을 종합해보면 장내에 유해균이 많을수록 복부가 두둑해지고, 좋은 유익균이 많을수록 슬림해진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장내 유익균을 늘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의외로 아주 간단한 방법이다. 잘 먹고 잘 쉬고, 충분히 활동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은 장내 세균의 먹이가 된다. 이렇다보니 유해균이 좋아하는 먹이를 공급하지 않는 게 관건이다.


유해균이 좋아하는 먹이는 곧 '입에는 맛있고 몸에는 나쁜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먹이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는 유해균은 세력을 키우기 위해 자꾸 정크푸드나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음식을 당기게 만들어 비만의 늪에 빠지게 만든다. 특히 밀가루 속 글루텐은 장내에 염증을 유발해 유해균 비중을 높이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합성첨가물이 많이 들어 있는 인스턴트 음식이나 질 나쁜 동물성 지방도 마찬가지다.

유익균이 좋아하는 음식은 식이섬유다. 녹색채소나 해조류 속에 풍부하니 매 끼니마다 챙겨주는 게 좋다. 유산균이나 당분이 많이 들어 있지 않은 건강한 발효식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술을 마신 다음날이나 항생제를 복용한 상황에는 좀더 살뜰히 챙길 것을 권한다.

특히 장내 유해균은 신진대사가 저하되고 기초대사량이 낮을 때 활발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꾸준한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증가시키면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선 수분을 자주 섭취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근육을 보존하는 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 신진대사를 원활히 만들어 기초대사량 증진에 도움이 된다.

팔뚝·복부·허벅지 등 부분비만이 아닌 전반적인 체중증가로 고민한다면 우선 장내 건강부터 챙겨보자. 장내 세균총의 균형이 맞춰지면 살이 빠지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어느 정도 체중감량 후에도 고민하던 부위의 부분비만이 걱정된다면 이후 상담을 통해 지방흡입수술 등 적극적인 비만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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