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프로그램 '시사직격'이 "한일문제는 문재인 씨 탓"이라는 일본인 패널의 발언을 그대로 내보냈다가 폐지 여론에 맞닥뜨렸다. 불편함을 느낀 많은 시청자들이 KBS를 향해서도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5일 방송된 KBS1 '시사직격'에서는 '한일관계, 인식과 이해 2부작-2편 한일 특파원의 대화'라는 타이틀 아래 일본 산케이신문의 구보타 루리코 해설위원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구보타 해설위원은 "한일관계가 어려움에 봉착한 원인은 문재인 씨의 역사관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권이 친일의 뿌리를 가진 박근혜가 해온 일을 외교적 실패로 규정, 그걸 무너뜨리고 바로잡으려고 한다. 반일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신념이 바뀔 리가 없고 그런 상황에서 한일 대화는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해당 방송 이후 '시사직격' 시청자 게시판에는 공영방송이 극우 성향의 일본인 패널 발언을 그대로 내보낸 것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글이 폭주했다. 시청자들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되짚으며 프로그램이 보다 공정한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겠냐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분노는 프로그램 및 수신료 폐지 목소리로 번지기까지 했다.
프로그램 제작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와 중징계를 요구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과 함께 KBS 시청자권익센터의 청원 게시판에도 '매국방송 시사직격 (10월 25일) 제작진들의 사과와 중징계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한국인의 세금으로 한국인을 모욕하는 방송을 제작한 '시사직격' 제작진들의 사과와 징계를 요구한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는 것에 심한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시사직격'의 진행자인 임재성 변호사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왜 분노하는지 이해하고 납득한다"면서도 "친일방송, 매국방송이라고 비판하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과 해명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며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해국이 가해의 역사를 부정하고, 피해국 정부 수반의 역사관이 지적하는 상황을 편집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대면하고 논쟁하고, 왜 그런 인식이 존재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목표였다"면서 "이 목표가 과연 방송에서 충분히 구현되었는가라는 지적에는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를 포함한 강제동원 소송에 참여한 법률가들과 지원단체들은 오랜 시간 그것에 맞서 변론을 하고, 운동을 해왔다. 프로그램 내에서 충분히 논박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이 역시 우리가 대면해야 할 우리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목소리"라고 했다. 단 "반론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은 새기겠다"고 덧붙였다.
'시사직격' 제작진 역시 "본 방송과 관련해 주시는 많은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시청자의 매서운 지적에 대해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방송을 제작하면서 한일관계에 대한 문제를 더 깊이 있게 성찰하고 책임감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일부 발언을 가지고 비판에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이 많이 안타깝다. 전체 프로그램을 보시면 조금 이해가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한일관계로 인해 악화된 국민 정서와 감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음을 통감한다. 결과적으로 기획 의도와 다르게 논란을 일으키고 시청자들께 불쾌감을 드린 부분에 대해 뼈아프게 받아들이며, 거듭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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