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상공회의소는 옛 마산상의 출범 120주년과 마산·창원·진해 통합 10주년이 되는 2020년에 ‘기업 기(氣) 살리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침체 일로인 지역경제를 살릴 주체는 결국 기업이라는 판단에서다.
2017년 말 취임한 한철수 창원상의 회장(67·고려철강 대표)은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성장과 투자는 차치하고 생존이 지상 과제가 된 지 오래”라며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 주체인 기업인의 기를 북돋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기계산업 요람으로 불린 창원지역의 제조업체 체감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상의 조사 결과 올 4분기 지역 기업의 체감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53.4)을 기록했다. 창원 경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 수출은 2년 연속 감소해 2005년 수준에 머물러 있고, 제조업 근로자 역시 2018년 3분기부터 줄고 있다. 제조업체 10곳 중 7곳 이상(75.2%)이 올해 안에 신규 채용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한 회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미·중 무역분쟁, 중국 산업생산 둔화, 한·일 외교통상 분쟁 등을 침체의 외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이들 모두 교역량 감소로 이어지는 악재여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창원 경제에는 최악의 통상환경”이라고 진단했다.
한 회장은 “수요 절벽과 생산비 급증에 직면한 제조업체들이 장기 침체와 미래 불확실성으로 성장동력을 완전히 잃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며 “상의의 모태라 할 수 있는 ‘마산상호회’ 설립 120주년이 되는 내년에 창원시와 함께 기업인에게 힘을 줄 실질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국내 변수 중 하나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창원에는 원전 제작 업체인 두산중공업 본사와 280여 개 협력 업체가 밀집해 있다. 그는 “신고리 5·6호기 납품 물량이 남은 업체들은 적게나마 생산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수주 절벽에 직면할 것”이라며 “세계 최초로 3세대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하고 운영 중인 국가에서 관련 산업과 기업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원전 관련 기업이 정부 정책 변화에 준비할 시간을 갖도록 최소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회장은 암울한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전환점을 ‘제2신항’에서 찾자고 제안했다. 창원시 진해구 제덕만에 들어설 제2신항은 사업비 12조7000억원을 투입해 연간 161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 하역능력을 갖춘 동북아시아 최대 환적 거점항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그는 “제2신항은 지역경제 재도약에 있어 둘도 없는 기회”라며 “여기서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우리 지역에 녹아들도록 경남 중심의 항만 행정과 항만인력 양성, 네트워크 구축 등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회장이 대표로 있는 고려철강은 자동차부품과 산업기계, 공작기계, 방위산업용 특수강 등 기계공업의 원자재를 취급하는 특수강 전문 유통업체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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