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중국을 잘 알고 있다는 한국인의 착각

입력 2019-10-28 18:01   수정 2019-10-2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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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대개 중국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 가장 많이 먹어본 외국 음식이 자장면이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에도 한자어가 수두룩하다. 서양인에게 그림 그리기처럼 어려운 중국어 쓰기를 가장 만만하게 여기는 외국인도 아마 한국 사람일 것이다.

중국에 가면 서양과 달리 주눅들지 않아 좋다는 한국인도 많다. 외모나, 사는 형편이나 다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란다. 중국 내 외국인 유학생 중 국적별로 1위는 한국인 학생(5만 명, 지난해 기준)이다. 마찬가지로 한국 내 외국인 대학생 중 압도적 다수인 6만8000명이 중국에서 왔다.

두 나라 수교도 올해 27년째, 한 세대가 흘렀다. 이쯤이면 한국은 중국의 속사정을 낱낱이 꿰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우리의 국정 운영이나 결과적으로 민초의 살림살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국 고위층 동향은 대략 감을 잡아가면서 세부 정보를 쌓아나가야 할 시기다.

그런데 사정은 딴판이다. 필자를 포함해 중국을 자주 접하는 한국인 연구자들조차 늘 ‘고급 정보 기근’에 허덕인다. 특히 중국 공산당은 9000만 명의 당원을 둔 지구상 최대 정당 조직인데도 불구하고, 고위층 동향은 깜깜한 수준이다. 최근 40년은 중국 공산당이 개혁·개방을 확대하면서 국제사회와 ‘섞여온’ 시기였다. 그런데도 한국은 여전히 최고 지도층의 인선이나 국정 운영 방침 변화, 외교 노선 수정과 같은 고급 정보 대부분을 대만이나 홍콩 측 외신을 통해 풍문으로 접하고, 공식 발표를 통해 확인한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에서 공개되는 중국 공산당 관련 보고서, 책자들을 보면 정보 가치를 떠나 서술의 깊이를 더해주는 장기간의 관찰과 탄탄한 수집 과정에 감탄하게 된다. 중국과 수교 협상의 막후 과정에서 시작해 30여 년 물밑 외교비사를 기록으로 남긴 고위관료, 수교 직후부터 인민해방군 수뇌부와 군사정보를 교류하며 공산당의 자강전략 노선을 30여 년간 추적해온 정보원, 중국 공산당과 그들이 지원하는 중국 기업들이 2인3각 체제로 서방 경쟁기업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20여 년간 취재한 통신사 기자들, 최고 지도자 옹립을 둘러싼 파벌 싸움의 한 조각 정보라도 얻기 위해 미국과 중국을 수년에 걸쳐 오가며 추적한 일본 언론인 등.

중국 공산당처럼 ‘대나무로 장막을 친’ 조직의 경우 보도자료에 쓰이지 않은 내밀한 정보는 인적 교류를 통해서만 유출된다. 외국인에게 당의 속사정을 털어놓는 것은 해당행위인 만큼 이런 조각 정보조차 상당한 신뢰가 쌓여야 입수할 수 있다. 긴 시일에 걸쳐 조각들을 퍼즐 맞추듯 확인해야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공무원, 기업인, 연구기관 사람들은 대부분 3~5년 중국의 특정 대도시에 머물다가 귀국한다. 조직 내규 탓이다. 정보와 지식이 후임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공산당 중간 이상 간부들은 중국 전역을 돌며 행정 경험을 쌓는다. 애당초 인적 접점을 만들기가 어렵다. 불행하게도 중국의 변화 속도는 우리보다 훨씬 빠르다. 중국에서 돌아와 1년이 지나면 머릿속 중국 정세는 전면 교정해야 한다.

미·중 통상분쟁은 재선이 급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면서 미봉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의 대국 굴기는 계속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의 근시안적, 각개전투식 중국 정보 획득체제로는 영원히 미국과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제2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같은 피해를 또다시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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