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승 찍은 우즈, PGA 최다승 타이…'황제의 시대' 다시 열다

입력 2019-10-28 17:34   수정 2020-01-26 00:02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개인 통산 최다승(82승) 타이 기록을 세웠다. 2019~2020시즌 첫 출전한 대회인 일본 조조챔피언십(총상금 975만달러)에서다. 나흘간 선두를 달리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머쥐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신체적인 문제점만 해결된다면 계속 우승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3타 차 선두 우승 확률 100% 다시 입증

28일 일본 지바현 인자이시의 아코디아골프 나라시노CC(파70·7041야드) 12번홀(파4). 페어웨이에서 두 번째 샷을 한 우즈는 샷이 맘에 들지 않은 듯 아이언으로 땅을 내리쳤다. 두껍게 맞은 탓인지 공은 그린에 오르지 못하고 벙커에 빠졌다. 세 번째 샷도 홀컵에 붙이지 못해 보기를 범했다. 줄기차게 그를 따라붙던 단독 2위 마쓰야마 히데키(27·일본)와의 격차가 두 타 차로 좁혀졌다. 추격의 빌미를 주는 듯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13번홀(파3)에서 파를 지키며 숨을 고른 우즈는 14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다시 마쓰야마를 밀어냈다. 한 홀 앞서 있는 마쓰야마가 16번홀(파3)에서 한 타를 줄여 다시 두 타 차가 됐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남은 홀이 많지 않았다. 18번홀(파5) 이글만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갈 카드였다. 하지만 그린 옆에서 노린 회심의 이글 벙커샷은 홀을 훌쩍 넘어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긴장한 듯, 공을 얇게 쳐내고 만 것이다. 20m가 넘는 긴 버디 퍼트마저 홀에 떨어뜨리지 못한 마쓰야마는 고개를 떨궜다. 우즈는 무표정하게 마쓰야마의 분투를 응시했다. 우즈는 18번홀(파5) 벙커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홀컵 3m 근처에 붙인 뒤 버디를 추가하며 올 시즌 신설 대회 조조챔피언십의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그러고는 왼손으로 퍼터를 번쩍 들어 올리는 승리의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1타. 우즈는 이날도 빨간색 티셔츠를 조끼 속에 입고 나왔다.

우즈는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을 추가해 페덱스컵 랭킹 7위로 올라섰다. 우승 상금 175만5000달러(약 20억5700만원)는 덤이다. 마쓰야마가 16언더파 264타, 단독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 시즌 신인왕 임성재(21)는 13언더파 267타를 적어내 로리 매킬로이(30·북아일랜드)와 공동 3위에 자리했다. 임성재의 이번 시즌 두 번째 ‘톱3’다.

PGA투어 최다 우승 타이 기록

우즈는 이번 우승으로 샘 스니드(미국·2002년 사망)가 세운 PGA투어 개인 통산 최다 우승 기록(82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996년 10월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에서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지 23년 만의 성과다. 스니드는 만 52세이던 1965년 82승을 달성했다. 12월 30일이 생일인 우즈는 만 43세로 스니드보다 아홉 살 젊다. 최다승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우즈는 우승 후 “처음 우승할 때는 스니드와 같은 승수를 올린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82승은 굉장히 큰 숫자”라며 “이번 결과를 토대로 내 미래가 밝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우승 공식도 재확인됐다. 우즈는 이 대회 전까지 3타 차 이상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24차례의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25번째인 조조챔피언십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려 승률 100%(25/25)를 유지했다. 또 54홀 선두에 올랐던 46회 가운데 44회를 우승으로 연결해 승률 95.7%(44/46)를 자랑했다.

우즈는 지난 8월 무릎 관절경 수술까지 받고도 다시 정상에 올라 ‘황제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이번 우승은 잭 니클라우스(79·미국)가 보유한 메이저 최다승(18승) 기록에 도전할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즈는 4월 마스터스토너먼트에서 극적 우승을 이뤄 메이저 통산 15승을 달성했다.

프레지던츠컵 ‘자천 출전’ 가능성 높아져

미국팀과 세계연합팀 간 국가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출전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날 우승 후 취재진에게 프레지던츠컵 출전 여부를 질문받은 우즈는 “내 생각엔 ‘그 선수’가 단장의 주의를 확실히 끌었다고 생각한다”고 재치있게 답변했다.

우즈는 오는 12월 열릴 예정인 프레지던츠컵의 미국팀 단장이다. 팀당 12명으로 구성되는데 8명은 한 시즌 성적으로 이미 뽑았고 나머지 4명은 단장이 부단장과 상의해 선발한다. 조조챔피언십 시작 전 “선수로서 출전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던 그의 대답이 우승 후 확 바뀌었다. 단장 추천 선수는 11월 4일 발표될 예정이다. 우즈는 여세를 몰아 2020 도쿄올림픽 골프 미국 대표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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