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 노조 내달 출범…"교육정책에 적극적으로 목소리 낼 것"

입력 2019-10-28 17:46   수정 2019-10-29 01:00

서울대 교수들이 다음달 초 노동조합을 설립한다. 지난 16일 원광대 교수들이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노조를 결성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산별노조라고 할 수 있는 전국 단위 교수 노동조합들도 활동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대학교수들의 노조 결성을 막는 현행 교원노조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이후 교수들의 노조 설립이 본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교육계에선 교수들이 노조원으로서 교육정책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처우를 이유로 수업 거부 등 단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수노조 설립 잇달아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다음달 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호암교수회관에서 ‘서울대 교수 노동조합’ 창립총회를 연다고 28일 밝혔다. 조철원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은 “교수협의회는 대학이나 정부로부터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활동에 제약이 많았다”며 “노조를 통해 서울대 교육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교권 확보와 교수들의 임금·근로조건 개선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5일엔 서울대 등 전국 41개 국·공립대 교수들이 전국 단위 노조인 ‘국·공립대학 교수 노동조합(국교조)’ 창립 총회를 열었다. 남중웅 국교조 초대 위원장(한국교통대 교수)은 “노조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상황에선 교육부와 교육정책, 임금 등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수 없었다”며 “고등교육, 특히 국·공립대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높이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립대 교수들도 노조 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국 110개 사립대 교수협의회장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사교련)는 ‘대학교수노동조합(가칭) 주비위원회’를 지난 25일 대학교수노동조합 준비위원회로 전환했다. 방효원 준비위원장은 “지역별로 준비위원을 두는 등 전국적인 조직 체계를 갖췄다”고 말했다. 준비위 관계자는 “올 11월이나 12월에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사교조) 설립 총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금보다 교육정책 개선에 초점

교수 노조들은 임금 등 처우 문제보다는 우선 정부의 잘못된 교육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선 노조를 결성한 교수들이 처우 개선을 빌미로 수업 거부 등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남 위원장은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학생을 볼모로 파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들은 노조는 결성할 수 있지만 교원노조법상 단체행동권은 보장받지 못한다. 다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조합원이 함께 연가를 쓰는 ‘연가 투쟁’으로 편법적인 집단행동에 나선 바 있다.

교수사회가 노조 결성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한 서울대 관계자는 “교수가 과연 노동자가 맞느냐는 목소리도 학내에 많다”며 “일부 교수가 노조를 설립해도 실제 영향력이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전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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