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신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은 1974년에 ‘사울 앞에서 하프를 연주하는 다윗’이란 제목으로 두 사람의 인연과 관계를 형상화했다. 사탄에 들린 사울왕이 다윗의 하프 소리를 듣고 있는 모습을 작가 특유의 초현실주의적인 미감으로 잡아냈다. 다윗이 하프를 연주하면 사울을 괴롭히던 악신이 떠났다고 한다. 사울은 민심의 이반에 신경이 쏠려 스트레스가 극한에 이른 참이었다. 다윗은 이런 사울의 위기감을 기쁨과 슬픔, 황혼의 찬가를 담은 연주로 치유했다. 유대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무척 강했던 샤갈이 강렬한 색채로 소리의 세계를 시각화한 것도 이채롭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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