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위한 법적 토대 마련이 끝났다. 정부가 대상 지역을 지정하면 바로 발동한다. 올여름부터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 서울 강남권은 물론 광명 등 수도권 지역도 첫 타깃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2개월 만에 ‘카운트다운’ 끝
29일 관보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분양가 상한제 지정 요건 완화를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게재했다. 이날부터 바로 공포·시행된다. 지난 8월 상한제 부활 방침을 밝힌 지 2개월여 만이다. 동(洞)별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던 구체적인 대상 지역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 의결을 거쳐 다음달 첫 지정할 전망이다.
개정 법안은 상한제 대상이 되는 민간택지의 범위를 투기과열지구로 바꾼 게 골자다. 기존엔 ‘직전 3개월 동안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지역’만 지정 가능했다. 하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기준을 크게 완화했다.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서울의 25개 모든 자치구와 세종, 경기 과천, 광명, 하남,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등 전국 31곳이 사정권이다.
투기과열지구 요건과 함께 충족해야 하는 선택 요건도 바뀌었다. ‘최근 1년 동안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해야 한다’는 조건의 경우 최근 분양이 없었다면 해당 지역이 포함된 특별시나 광역시, 시·군의 통계를 적용하도록 완화했다. 청약경쟁률과 주택거래량 등 나머지 요건은 유지했다. 이들 세 가지 선택 요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면 언제든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현재 모든 투기과열지구가 상한제 적용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대상 지역에서 이날 이후 입주자모집공고를 내는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다. 다만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경우 종전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상태였다면 상한제 적용을 6개월 유예한다. 내년 4월 말까지 분양에 나선다면 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셈이다. 이미 철거에 돌입했거나 철거를 마친 단지들만 사실상 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 서울 둔촌동 둔촌주공재건축 등이 대표적이다.
◆전매제한 최대 10년
주변 시세와 분양가의 차이에 따라 일반 아파트보다 긴 전매제한을 적용한다. 수도권 민간택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주변 시세 100% 이상일 때 전매제한 기간이 5년이다. 현재는 통상 3년 안팎인 소유권이전등기까지다. 하지만 앞으론 분양가가 시세의 80% 이상~100% 미만일 땐 전매제한 기간이 8년으로 늘어난다. 80% 미만이라면 10년을 적용한다.
세종과 대구 등 수도권이 아닌 투기과열지구 민간택지에선 일괄 3년 동안 전매가 제한된다. 전매제한 기간 동안 이사나 해외체류, 이혼 등으로 불가피하게 집을 매각해야 할 때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우선 매입한다. LH는 이를 통해 매입한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우선 공급하고 필요에 따라 수급조절 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거주의무기간을 두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난달 말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신도시 등 공공택지처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도 분양가 수준에 따라 최장 5년의 거주의무를 강제하는 게 핵심이다. 다만 국토부는 공공택지보다 짧은 2~3년 안팎의 의무기간을 두는 방향으로 향후 관련 제도를 고친다는 계획이다.
분양가 산정의 근간이 되는 택지비 산정 또한 한국감정원의 검토를 거치도록 법이 바뀌었다. 이날 함께 공포·시행에 들어간 ‘공동주택 분양가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앞으로 시·군·구청장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주택의 택지비 산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감정원에 검토를 의뢰해야 한다. 기준은 표준지공시지가다. 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 적정 이윤을 합친 금액으로 아파트 분양가격을 제한하는데 여기서 택지비의 비중이 가장 높다. 분양가를 결정할 요인으로서의 변수도 크다.
상한제가 당장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달 초 열리는 주정심에서 첫 대상 지역이 동 단위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정부는 고분양가 관리 회피를 위해 ‘꼼수 후분양’을 하는 단지가 많은 지역부터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건축 분양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인 강남·서초·송파 등이 우선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비업계에서는 서초 잠원·반포·방배동 일대와 강남 대치·개포동 등을 첫 대상지로 거론하고 있다. 정비사업 물량이 많은 광명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상한제가 시행되더라도 집값 상승세를 잡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청약시장이 과열되기 시작한 데다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치솟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결과적으론 핀셋 지정보단 대부분의 지역이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묶일 가능성이 높다”며 “불을 끄기 위해 채권입찰제와 재건축 연한 40년 환원 등 후속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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