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은 운전자의 주행 개입 여부에 따라 통상 여섯 단계(0~5)로 구분한다. 현재 양산차에 적용된 기술은 레벨 2~3 수준으로, 최종 단계인 레벨 4~5에서는 자율주행차가 돌발 상황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제동장치는 에어백과 함께 탑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최후의 보루다. 그동안 리던던시 기술이 적용되기에 가장 어려운 분야로 꼽혔다. 주행 중 전기장치가 고장나거나 외부 충격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뢰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리던던시 브레이크 시스템은 두 개의 제동장치로 구성돼 있다. 현재 대부분 자동차에 탑재돼 있는 전자식 브레이크가 두 개인 셈이다. 두 시스템은 평상시에는 서로 연결돼 주행정보를 주고받는다. 자율주행 중 주제동장치가 정상 작동하지 않으면 제어기(ECU)가 이를 감지해 보조장치에 주제동장치로서 구동을 명령한다. 이때 제어기의 정확한 판단을 돕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이 어려워 글로벌 업체들의 양산 사례는 아직 없었다. 또 두 개의 제동장치를 구축하려면 한정된 설계 공간 때문에 물리적인 어려움도 따른다.
리던던시 브레이크 시스템이 적용되면 탑승객에게는 어떤 변화가 올까. 예를 들어 자율주행 차량에서 독서 중인 탑승객이 전기장치 고장으로 브레이크 고장 감지 알림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리던던시 브레이크 시스템이 적용되면 운전자는 허겁지겁 주위를 살피고 속도를 줄여 갓길에 급하게 정차할 필요가 없어진다. 자율주행차 스스로 브레이크 이상을 감지했기 때문에 보조제동장치에 원활한 작동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탑승객은 원래 가려던 목적지로 계속 이동하거나, 가까운 정비소로 목적지를 변경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승용차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자율주행 레벨4에 최적화된 리던던시 브레이크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그동안 극소수 해외 업체가 설계 공간이 넉넉한 소형 버스에 장착해 콘셉트를 소개한 사례는 있었지만, 양산차에 적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한 것은 현대모비스가 처음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리던던시 조향시스템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제동시스템까지 리던던시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현대모비스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전통적인 핵심 부품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제품들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동·조향 등 첨단 안전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어 지능형 제품으로 미래차 신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모비스는 카메라, 레이더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연동하는 지능형 헤드램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내비게이션 정보에 따라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는 프리뷰 에어서스펜션도 선보인 바 있다.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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