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보편 서비스가 초고속 인터넷으로 확대된다. 전 국민이 초고속 인터넷의 혜택을 누리게 하겠다는 취지다. 시장에선 막대한 비용 부담을 사업자에만 맡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업자가 적자 떠안아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 12월까지 초고속 인터넷의 의무제공 사업자를 지정해야 한다. 이 작업이 끝난 내년 1월부터는 초고속 인터넷을 산간도서 지역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 제일 유력한 사업자는 KT다. 시장 점유율이 41%로 가장 높기 때문이다. 정작 KT는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유선전화 서비스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어서다.
KT는 보편 서비스로 지정된 유선전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2000년 보편 서비스 개념을 처음 도입하면서 KT를 의무제공 사업자로 지정했다. KT 입장에서 전화 사업은 ‘계륵’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역까지 통신망을 설치해줘야 하니 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유선전화에 대한 손실 보전율을 90%로 정하고 있다. 보편 서비스 제공에 따른 적자의 90%를 매출 300억원 이상의 통신사업자들이 분담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적자가 100억원 발생하면 KT를 비롯한 통신사업자들이 90억원을 나눠 내고, 나머지 10%도 KT가 떠안는 구조다. KT가 더 많은 부담을 안고 간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보전받는 지역은 일부에 불과하다. 총 143개의 통신권역 중 적자가 많이 나는 8개 권역에서만 적자를 메워준다. KT는 2016년 기준 한 곳을 제외한 142개 권역에서 손실을 내고 있다. 유선전화 사업은 매년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2000년 이후 가입자는 절반 가까이 줄었고 매출은 86% 감소했다.
초고속 인터넷의 손실 보전율은 유선전화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무제공 사업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큰 KT는 유선전화 수준(90%)까지 보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로 인터넷TV(IPTV) 등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보전율을 높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도 개편 취지엔 공감”
해외에서는 보편 서비스 제공에 따른 적자 문제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보편 서비스 전담 기관을 설립해 매년 1억호주달러(약 798억원)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사업자와 이용자로부터 기금을 거둬 보편 서비스 지원에 활용한다.
이동통신이 주요 통신 수단이 된 만큼 유선전화 서비스의 의무 제공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초고속 인터넷이 설치되면 인터넷 전화를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민원기 과기정통부 차관은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유선전화 보편 서비스에 대해 “세계적으로 (개선 검토를) 시작했는데 우리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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