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아 대통령의 ‘경제 교사’ 역할을 했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사진)은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통계청은 올해 8월 기준 임금 근로자 중 지난 1년간 직업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및 훈련을 받은 비율이 53.9%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 비율은 2016년(57.0%) 정점을 찍은 뒤 3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올해는 정규직·비정규직 등 모든 근로형태에서 피훈련자가 급감했다.
김광두 원장은 “이런 결과가 나온 건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사람 중심 경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초 내가 설계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채택했던 사람 중심 경제는 사람의 능력을 키워 고부가가치 산업 구조를 형성하고, 성장동력을 확충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의미”라며 “세계 각국이 추진하는 ‘포용적 성장’의 핵심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정부가 당초 공언한 것과 달리 직업 훈련·교육 예산을 거의 늘리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단기 지표 개선에 도움이 되고 수혜자들도 선호하는 보조금 형태의 고용 예산만 급격히 늘렸다는 설명이다. 재정으로 만든 ‘노인 단기 알바(아르바이트)’가 대표적 사례다. 김 원장은 “직업훈련이나 교육은 성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정부가 긴 시간을 가지고 경제 체질 개선을 추진하기보다 단기 성과 위주로 정책을 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한정된 예산을 단기 정책에만 쓰다 보니 인적 투자는 후순위로 밀렸다”며 “그 결과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도 예상보다 급격히 하락했다”고 했다. 그는 “내년 총선이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말에 “내가 얘기하더라도 현재 정치 상황상 실현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키워내지 못하는 교육 시스템, 직업 훈련 등을 바꿔 인적 자본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세계 경제 전체가 어려운 상황이 오히려 적기”라며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구조개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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