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아름다운 '금의환향'이 또 있을까. 전 세계를 돌며 음악의 힘을 전파한 그룹 방탄소년단이 월드투어의 시작을 알렸던 서울로 돌아와 3일간 총 13만여 아미와 함께 마침표를 찍었다. 이들은 마지막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기약했다.
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은 29일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더 파이널(LOVE YOURSELF: SPEAK YOURSELF-The Final)'의 마지막 공연을 개최했다. 이는 앞서 26, 27일에 이은 세 번째 무대로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약 1년 2개월 간의 월드투어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8월 같은 곳에서 '러브 유어셀프' 투어의 시작을 알린 방탄소년단은 지난 5월 '스피크 유어셀프'로 투어를 확장, 세계 각국의 스타디움에서 한국어로 된 자신들의 노래를 불렀다. 1년 2개월 동안 서울, 미국, 브라질,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캐나다, 독일, 싱가포르, 태국, 홍콩 등 음악을 매개로 국경을 제대로 허물고 K팝의 위상을 드넓혔다.
총 62회 공연, 운집한 관객만 206만 명에 달한다. '러브 유어셀프' 월드투어로 20개 도시에서 42회 공연을 통해 총 104만 명 관객을 동원했고, 이어진 '러브 유어셀프:스피크 유어셀프' 월드투어로 10개 도시에서 20회 공연으로 102만여 명 관객을 불러 모았다.
이날 공연장을 가득 메운 함성에 힘입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방탄소년단은 고대 그리스 신화를 재현한 '디오니소스(Dionysus)'로 기세등등하게 포문을 열었다. 강렬한 퍼포먼스로 단숨에 분위기를 끌어올린 이들은 이어 '낫 투데이(Not Today)' 무대를 선보였다. 한 목소리로 '낫 투데이'를 외치는 팬들의 응원과 화려한 무대효과를 바탕으로 방탄소년단은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방탄소년단은 '러브 유어 셀프' 투어의 시작을 알렸던 서울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소감을 밝혔다. 진은 "이번 콘서트의 마지막을 한국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한다"며 기쁨을 표했고, 슈가는 "작년 주경기장에서 공연했던 걸 기억하냐. 꿈만 같다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고 지난 날을 회상했다.
뷔 역시 "서울에서 시작한 투어가 다시 서울에서 끝나는 거지 않냐. 내가 검색해봤더니 이런 게 바로 수미상관이더라. 처음과 끝이 같다는 의미다. 우리의 처음과 끝을 여러분과 함께 해서 더욱더 아름다운 마무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RM도 "1년 동안 여러 곳에서 공연을 했다. 우리를 믿고 지지해 준 여러분들 덕분이다"이라며 팬 아미를 향해 고마움을 표했다.
"이번에는 우리가 여러분들을 찾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와 날 준비가 됐나요"(정국)
남은 힘을 다 쏟겠다는 듬직한 방탄소년단의 외침과 함께 본격적인 'BTS 파라다이스'가 열렸다. 먼저 방탄소년단은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개인 무대로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재치 넘치는 무대 매너와 퍼포먼스를 강조한 제이홉의 '트라비아 기 : 저스트 댄스(Trivia 起 : Just Dance)'와 RM의 래핑이 인상적인 '트라비아 승 : 러브(Trivia 承 : Love)' 등 눈 돌릴 틈이 없는 공연이 이어졌다.
공연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무대 장치도 시선을 끌었다. '유포리아(Euphoria)'를 선보인 정국은 와이어를 이용해 관객과 가까이서 소통했고, 지민은 '세렌디피티(Serendipity)' 무대에서 비눗방울을 연상케 하는 에어장치 안에서 등장해 환호를 얻었다. 특히 아름다운 춤선이 돋보이는 지민의 퍼포먼스 중에는 객석에서도 비눗방울이 부드럽게 피어올라 감동을 더했다. 객석에서는 "박지민 사랑해"라는 아미들의 외침이 터져 나왔고, 지민 역시 "저도 사랑합니다"라고 응답했다.
뷔의 '싱귤래리티(Singularity)', 슈가의 '뷔트라비아 전 시소(Trivia 轉 : Seesaw)', 진의 '에피파니(Epiphany)' 등 멤버들의 음악적 역량이 돋보이는 무대 또한 강한 몰입감을 선사, 관객들을 더 강하게 방탄소년단의 세계로 끌어 당겼다.
멤버 전원이 함께 꾸민 '베스트 오브 미(Best of me)',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불타오르네', '페이크 러브(FAKE LOVE)', '마이크 드롭(MIC Drop)' 등의 무대에서는 아미들의 환호성이 모여 공연장의 하늘을 갈랐고, 각양각색으로 바뀌는 아미밤이 하나가 돼 물결을 이루는 장관이 펼쳐지기도 했다. 뜨거운 열기를 증명하듯 객석은 끊임 없이 들썩였다.
앵콜 전 마지막 곡 '아이돌(IDOL)'에서는 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흥이 절정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무대 이곳저곳을 누비며 즐기는 방탄소년단의 열정 만큼 폭발적인 아미의 응원이 그 누구도 표방할 수 없는 역대급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전 세계에서 모여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팬들이지만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떼창을 이뤄내며 방탄소년단과의 환상적인 호흡을 증명해냈다.
'아이돌' 무대가 끝나자 객석 곳곳에서 멤버들의 이름을 외치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어 1, 2층을 아우른 거대한 파도타기와 아미밤으로 수놓은 문구가 객석을 채웠다. 온몸으로 사랑을 표현한 아미를 위해 다시 무대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앙팡맨(ANPANMAN)'과 '쏘 왓(So What)', '메이크 잇 라이트(Make It Right)'를 앵콜로 선사했다.
이어 각자 투어를 마치는 소감을 전했다. 이들은 '끝'이 아닌 '시작'을 강조했다. 뷔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어차피 이렇게 큰 공연장 빌려서 아미분들 모시고 또 할 것"이라며 "그때도 와 주실 거죠?"라고 물었다. 슈가 역시 "마지막이지만 이 또한 새로운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팬 아미를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지민은 "친구한테 춤을 출 때는 다른 생각이 안 나서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서 좋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도 비슷하다.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 항상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우리에게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정국도 "여러분들이 보내준 에너지 만큼, 그것보다 더 발전한 앨범과 콘서트로 보답해드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제이홉은 "늘 마지막 순간은 아쉽고 미련도 남았다. 그런데 오늘은 덜하다. 투어를 돌면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운,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아미들 덕분에 속 시원하게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것 같다. 투어를 사랑해주신 팬분들께 감사하다. 사랑한다"고 했다.
RM은 '러브 유어 셀프: 스피크 유어 셀프'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나를 사랑하는 게 무엇인지 나도 모르겠으니 우리 같이 찾아보지 않겠냐고 해서 시작된 여정이었다. 내게 '너를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왠지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러브 유어 셀프: 스피크 유어 셀프' 콘셉트는 이렇게 끝이 나지만 우리가 우리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는 여정은 끝나지 않으니 앞으로도 함께 손을 잡고 함께 하자"면서 "여러분 덕분에 나는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 앞으로도 우리의 단 한 마디, 가사 한 줄이라도 여러분이 자신을 사랑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앞으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돌아와도 같이 하자"며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좋은 말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정말 사랑한다"고 아미를 향해 속마음을 전했다.
마지막 곡으로 '소우주'가 울려 퍼졌고, 하늘 위에서는 국내 단독 공연 최초로 드론 라이트쇼가 펼쳐졌다. 까만 가을밤 하늘에 보랏빛으로 펼쳐진 드론은 대우주에서 시작해 태양계를 이루고 있는 행성들을 지나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있는 '소우주'인 공연장 상공에 도착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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