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간담회에는 유신 정권 당시 작품 검열을 받았던 김수용 영화감독이 참석했다.
'유정'(1966), '가위 바위 보'(1976), '화려한 외출'(1977), '만추'(1981) 등을 연출한 김수용 감독은 "검열이 없었다면 한국 영화는 30~50년은 앞서갔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50년 전에 나왔을 거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그동안 검열로 잘린 필름 수는 서울에서 부산을 왔다 갔다 할 정도다. 한두 가지 에피소드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자르라면 잘랐는데, 그것도 지나니까 역사가 됐다. 당시 영화를 보던 사람들은 다양한 사회에서 다양성을 기반으로 자란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들이 남의 영화를 잘랐던 거다"라며 시대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금지된 상상, 억압의 상처' 전시는 △검열의 역사 △금지된 창작의 자유 △빼앗긴 필름 △미성년자 관람 불가 △검열의 기억 △관객 코너 등으로 구성됐다.
'검열의 역사'에서는 일제강점기(1922~1945)·해방 이후(1945~1961)·한국 영화 황금기(1961~1969)·유신체제(1970~1980)·군사정권(1981~1987)·6.29 민주화 선언 이후(1987~1996)·영화 사전심의제 위헌 결정과 등급제도(1996~) 등으로 시대를 나눠 검열의 역사를 살펴본다.
'금지된 창작' 자유 코너에는 벽면 가득 검열 서류가 펼쳐져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갖는 의미를 되새겨본다.
'빼앗긴 필름'에서는 70년대 검열실을 재현해, 검열로 삭제된 필름을 감상하도록 전시실을 꾸며놨다.
'미성년자 관람 불가' 코너에서는 검열된 영상 중 선정성과 폭력성이 과도한 영상을 공개한다.
'검열의 기억'에서는 당시 검열을 집행한 검열관과 검열을 겪은 영화인들의 증언을 영상과 채록 자료집으로 소개한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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