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국 휴대폰 압수·계좌추적 영장 또 기각

입력 2019-10-30 17:06   수정 2019-10-31 00:49

지난 2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된 뒤 검찰이 조 전 장관의 휴대폰 압수 영장과 계좌추적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모두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 구속 이후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받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법원에 의해 또다시 막히면서 수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번주 조 전 장관을 소환하기로 했던 검찰은 소환 시기를 다음주 이후로 늦췄다.

조국 휴대폰 영장 세 번 이상 기각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정 교수 구속 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청구한 조 전 장관의 휴대폰 압수와 계좌추적 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의 휴대폰 압수와 계좌추적 영장을 두 차례 이상 기각했던 법원이 또 제동을 건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조 전 장관을 사모펀드 의혹 관련 뇌물수수 혐의, 자녀 입시 비리 관련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증거은닉·증거위조 방조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혐의를 입증하려면 휴대폰과 계좌추적은 결정적이다. 휴대폰에는 통신기록 조회로는 알 수 없는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이메일 등 광범위한 증거가 있기 때문에 중대 범죄 수사에서 필수 압수수색 목록이다.

한 현직 판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 휴대폰에 이 사건과 관련 없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민감한 정보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있어 담당 판사가 부담을 느껴 기각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조 전 장관, 정 교수, 조 전 장관 동생 조모씨, 5촌 조카 조범동 씨 등 핵심 피의자 네 명의 계좌추적과 휴대폰 압수가 가능했더라면 수사가 벌써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17일 조 전 장관 관련 금융계좌 및 휴대폰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판사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휴대폰 압수 영장과 계좌추적 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 소환은 일러야 다음주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조국 동생 31일 영장실질심사

9일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조 전 장관 일가 사학재단(웅동학원) 비리의 핵심 피의자인 동생 조씨는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교사채용 과정에서 뒷돈을 받고(배임수재) 허위소송을 벌이는(강제집행면탈죄) 등 6개 혐의로 검찰은 29일 조씨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신 부장판사는 1일 조씨의 범행과 도피 지시를 따랐던 웅동학원 채용비리 공범자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조씨는 8일 영장심사 당일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속이고, 심사에도 출석하지 않았지만 법원이 영장을 기각해 논란이 됐다.

조 전 장관은 24일과 28일 경기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에서 정 교수를 면회한 가운데, 법조계에선 검찰이 ‘적폐수사’ 때와 달리 공범 혐의자에게 ‘접견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권력실세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 교수의 11개 혐의 가운데 조 전 장관은 4개 혐의에서 공범 의혹을 받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최순실과 정유라는 모녀지간임에도 접견금지 조치로 면회가 허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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