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말 로시 이스트먼 음대 학장은 30일 성명을 통해 “모든 단원이 다 함께 갈 수 있을 때까지 중국 공연 계획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로시 학장은 앞서 지난 25일 학교 홈페이지에 “지난달 말 중국 측 투어 파트너가 ‘오케스트라의 한국인 학생 세 명은 비자를 받을 수 없다’고 알려왔다”고 직접 글을 올렸다. 그는 “이는 2016년 미국이 한국에 미사일방어시스템을 보낸 결정과 관련이 있다”며 “중국이 이에 대응해 한국인 예술가들이 중국에서 공연하는 것을 막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스트먼 필하모니아는 오는 12월 30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 상하이와 항저우 등 중국 8개 도시에서 공연을 열 예정이었다. 로시 학장은 당초 한국인 단원을 빼고 원래 일정대로 이스트먼 필하모니아의 중국 공연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공연을 취소할 경우 중국인 학생 모집과 중국 내 이스트먼 음대의 평판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스트먼 음대는 줄리아드, 커티스와 함께 미국 명문 음대로 꼽힌다. 하지만 공연 강행 결정에 대해 교내와 지역사회에서 학교의 ‘차별 금지 방침’을 위반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한인 사회의 반발이 커지자 결국 공연을 취소했다.
2017년 K팝과 드라마 등 대중문화 분야에서 시작된 한한령은 미술과 클래식, 무용 등 순수 문화예술 분야까지 번졌다. 소프라노 조수미와 피아니스트 백건우, 발레리나 김지영의 중국 공연이 잇따라 무산됐다. 공연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입국이 늘어나며 한한령이 예전보다 완화됐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한국 예술·문화 인사의 중국 내 활동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이스트먼 음대 공연 취소로 여전히 변함없는 중국의 분위기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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