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의 여인이 전화기를 들고 있다. 여인의 손은 창가의 남성에게 향해 있다. 푸른 벽, 우아한 조명으로 장식된 방에서 말끔한 정장을 입고 초조한 듯 창밖을 엿보고 있는 남성과 속옷 차림의 여인이 심상찮은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다. 이 사진은 영국 사진가 존 라이트의 ‘당신 전화예요’라는 작품이다. 사진 속 인물들의 자세와 제목 때문에 보는 사람은 묘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발동하게 된다. 모든 것을 다 갖춘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더라도 개인의 삶은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라이트는 세련된 인물들을 등장시켜 도발적이고 불편한 상황을 보여준다. 작가가 경험한 인생의 다채로운 단면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현한 것이다.
라이트는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사진가다. 이른바 명품 브랜드들의 패션사진을 찍어왔고, 마이클 잭슨, 레이디 가가 등 톱스타들을 모델로 인물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별다른 예술 교육을 받지 않았고, 독학으로 세계적인 작가가 됐다. 오히려 그런 점이 라이트의 독창성을 키운 원동력이 됐다. (사진갤러리 옐로우코너 제공)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