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터키는 베네수엘라의 길을 갈지도 모른다

입력 2019-10-31 16:53   수정 2019-10-31 16:54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국의 친구가 아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별반 다르지 않게 이상한 생각을 가진 독재자로 보인다. 터키 국민들은 지난 10월 9일 시작된 시리아 침공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결정은 쿠르드족 국민민주당을 제외한 주요 야당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 이 침략은 터키 안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쿠르드족으로부터 나라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일 뿐만 아니라 터키에서 권력자 지위를 확인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에르도안은 터키는 더 이상 미국 독일 러시아 등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내가 생각하는 비관적 시각이 있다. 이 침략은 터키의 이미지를 국제적으로 손상시키고 있다. 서방과 아랍 정부는 러시아, 이란, 인도, 중국 정부처럼 이번 군사작전을 비난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계획한 터키 투자를 중단했다. 다른 회사들도 이에 따를 것이다. 미국 의회는 경제 제재를 저울질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정부는 터키에 무기 판매를 중단했다. 독일에 있는 터키인과 쿠르드인 사이에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시리아 북부 지역의 개방된 지형은 정규군에 유리할지 모르겠으나 터키의 거대한 군대는 전쟁터에서 그렇게 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몇 년간 정치적 이유로 터키군 장성을 여러 명 숙청했다. 시리아 쿠르드군은 비록 처음에는 성과를 내지 못했더라도 터키 점령에 맞서 반란을 일으키기 위해 재집결할 수 있다. 터키는 주변에 많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군사작전이 실패할 경우 그 책임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어깨에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뛰어난 정치인이자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터키 대통령 이후 터키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과거 아타튀르크가 남긴 사회주의와 세속주의, 외국 침략 배제라는 유산을 부정했다. 에르도안은 정교 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세속주의와 달리 이슬람적 요소를 정치에 끌어들이려는 ‘신오토만주의’로 통치했다. 그의 당이 처음 의회를 차지한 이후 거의 17년 동안 에르도안은 터키를 크게 바꿨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부적으로 정치적 성공을 얻게 해준 그의 교활함과 공격성이 국제적으로도 통할 것이라고 잘못 가정하고 있다. 과거 여러 나라에서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터키 시민들을 납치하고, 키프로스 해역에서 천연가스를 불법 시추하고, 러시아 전투기 한 대를 격추한 사건 등에서 그의 공격성은 드러난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한 무능은 다른 나라 정부에서 외면당했다. 유럽인들은 에르도안이 360만 명의 시리아인 실향민들을 내보내겠다고 위협할 때 들끓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들을 나치에 비유하는 독설적인 반시온주의 때문에 에르도안을 경멸한다. 이집트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무슬림 형제단을 지지하는 것을 싫어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과했더라도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사건에 대해 용서받긴 어렵다. 중국 정부는 에르도안이 “중국은 위구르족을 대량학살했다”고 말한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의개발당(AKP) 후보가 올해 두 차례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대부분 분석가는 이를 ‘정치적 지진’이라고 했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이 크게 타격받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지배적이고 위험한 존재로 남아 있다. 무자비한 이데올로기주의자, 그의 지속적인 통치는 마두로 정부 아래 베네수엘라 국민을 괴롭히는 정치적 억압, 경제적 붕괴, 기아와 대량 이민 등을 터키에 가져올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군, 정보기관, 경찰, 사법부, 은행, 언론, 선거위원회, 이슬람 사원, 교육 시스템 등 터키의 기관들에 대한 권력을 공고히 해왔기 때문에 더욱 끔찍한 결과가 우려된다. 그는 일부 분석가들이 에르도안의 ‘그림자’나 ‘사적인 군대’라고 여기는 사설 보안회사 사다트를 지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쿠르드족 정책을 비판했던 2016년 탄원서에 서명한 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형사 고발에 직면했으며 심지어 수감되기도 했다. 높은 금리는 치료제라기보다 큰 물가 상승을 일으킨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론은 터키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다. 그가 세운 1150칸의 궁전은 야망을 상징한다.

요약하건대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상한 사상과 야망을 갖고 있는 독재자다. 시리아 침공은 국내외 지역의 비극을 명백히 드러냈다.

외부 세계가 어떻게 이런 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수치스러운 국제사회의 면죄부를 끝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은 에르도안의 신비로운 술책에 속아 넘어간 가장 최근의 정치인이다. 에르도안은 터무니없는 행동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

터키의 침공을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려는 미국 정치권의 논의는 고무적이다. 그것은 미국인들이 이 불량한 터키 대통령을 제지하고 터키가 또 다른 베네수엘라의 길을 가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다른 국가들과 함께 노력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터키의 시리아 북부 점령을 종식시키기 위한 강경한 조치가 신속히 취해지지 않는 한 터키 주변이 국제적 분쟁 지역이 되는 것을 막기는 힘들 것이다.

원제=Turkey May Go the Way of Venezuela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THE WALL STREET JOURNAL 한경 독점제휴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