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하늬가 '블랙머니'를 통해 다시 한 번 매력을 뽐냈다.
이하늬는 31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블랙머니'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애정은 물론 현재 열애 중인 윤계상, 몸매 관리까지 솔직하게 전했다. 2014년 영화 '타짜:신의 손' 이후 첫 인터뷰라는 이하늬는 "살살해달라"면서도 쏟아지는 질문에 거침이 없었다.
오는 11월 13일 개봉하는 '블랙머니'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 화제작을 만들어왔던 정지영 감독이 맡았다.
이하늬는 냉철한 이성을 가진 슈퍼 엘리트 변호사 김나리를 연기했다. 김나리는 국내 최대 로펌의 국제 통상 전문 변호사이자 대한은행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다. 냉철한 이성과 판단력으로 흔들림없이 자신의 소신을 지켜온 인물이다.
▲ 올해 '극한직업', '열혈사제'까지 다 잘되서 부담이 될 거 같다.
제가 이걸로 흥행을 하고 연기력을 보여드리리라 이렇게 해서 선택한 건 아니다. 배우로서 그런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블랙머니'는 정지영 감독님과 조진웅 씨와 함께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세상에 나오는 것 만으로도 반절을 해낸게 아닌가 싶다.
▲ 세상에 나오는게 의미있다는게 무슨 뜻일까.
대한민국 국민으로 세금을 내는 입장에서 억울하더라. 왜 난 몰랐을까. 그렇게 어리지도 않았는데. 그게 저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었고, 주변에도 모르더라. 그래서 쉽게 대중들이 알아야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하게 뭘 한다기보단, 알권리라는게 있지 않나. 이건 꼭 알아야 하는거 같았다.
▲ 영화를 보고나니 어떻던가.
감독님을 안아주고 싶었다. 고생도 많이 하시고, 많이 신경쓰고 애쓰신게 느껴졌다.
▲ 대사의 3분의 1이 영어인데, 힘들진 않았나.
첫 장면이기도 하고, 나리의 캐릭터를 대변하는 중요한 장면이었다. 실제적으로 영어를 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영어를 하는 것과 유학을 간 케이스, 한국사람이 영어를 한 케이스가 다 다르지 않나. 나리는 유학을 오래 한 인물이라 자연스럽게 영어가 나와야 하는 캐릭터라 그 부분에 신경을 썼다. 밥 먹듯이 나오는 '짜장면', '짬뽕' 이런 단어처럼 아주 편안하게 붙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나리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는 인물이다. 그걸 표현하는게 고민됐을 거 같다.
정의와 선이 있는 사람인데, 마지막에 선택의 순간도 있는 인물이라 '내가 나리라면 어땠을까' 생각을 깊게 하게 됐다. 현실은 영화에서처럼 완전 선한 사람, 정말 나쁜 사람이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눠지진 않으니까. 그런 상대적인 부분을 생각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실제로 영어나 보여지는 부분보다 그 부분을 더 고민하고 걱정했다.
▲ 마지막 나리의 선택에 공감이 되던가.
나리는 이미 부와 명예를 갖고 있던 인물이다. 하지만 나리만의 꿈이 있지 않나. 이 여자가 생각하는 과정은 좋지 않지만, 또다른 대의, 국익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조)진웅 오라버니도 스스럼없이 해주시고, 저 역시 현장이 딱딱하고 적막이 흐르는 걸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그러지 않은 현장을 만들려했다.
▲ 조진웅과 호흡이 좋나보다.
계속 작업하고 싶은 배우다. 제가 나오지 않는 장면이라도 슬쩍가서 보게되고. 연기를 보고 싶은 배우다. 관객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조진웅이라는 배우가 무슨 연기를 할지 궁금하지 않나.
▲ 윤계상이 질투할거 같다.(웃음)
안한다.(웃음) 질투해선 안되고. 서로의 직업으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SNS로 결별설도 나왔는데.
잘 만나고 있다. 정말 저도 놀랐다.(웃음) 저희 강아지가 어릴땐 까맣다가 자라면서 하얗게 됐다. 강아지를 아기처럼 예뻐하다보니 '이땐 다시 볼 수 없겠구나' 싶어서 그 강아지랑 같이 있는 5년전의 어린 저의 모습을 스스럼없이 올렸다. 그게 많은 분에게 심려를 끼칠지 몰랐다. SNS로 어디까지 마음을 보여야 하나 싶더라.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 안해도 적은 사람이라도 그렇게 본다면 조심해야하니까. 앞으로 감성글은 자제하겠다.
▲ 스스로 공인이라 생각하나?
스스로는 공인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자유롭게 살고싶다. 그런데 또 그렇게만 보여지는 일은 아니지 않나. 세상을 잘 아는 똑똑이보단 어떤 부분엔 결함이 있고, 그 매력에 빠져 이 일에 종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공인은 성인군자 느낌이지 않나. 배우로서 살아가려면 기피하지 않고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깍여서 마모되면 뭐가 남아 있을까, 성인군자 같은게 과연 매력있을까 고민도 든다. 그래도 조심해야 하니까.
▲ 형사('극한직업')에 검사('열혈사제')에 변호사다. 어쩌다보니 올해 계속 이런 역할만 한다.
주로 전문직 여성을 많이 맡게 되는거 같다. (웃음) 직업적인 면도 캐릭터를 잡을 때 들어가지만 기본적인 캐릭터로 들어가는게 많아서. 비슷한 직업군이지만 전혀 달랐다. 비슷한게 전혀 없다.
▲ 정지영 감독이 거장이기도 하고,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인데 함께 작업하니 어땠나.
저도 첫 대면은 무서웠다. 감독님은 썩 내키지 않는데 옆에서 나리 역할로 자꾸 저를 추천하셨나 보더라. 저는 감독님이 워낙 거장이라 어려운데, 말없이 5분을 뚫어져라 쳐다보시더라. 뭔가 면접시험 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감독님은 소년같으셨다. 제가 '청년 정지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분이라 이런 작품을 계속 해오신게 아닐까 싶다. 편안하게 해주시려고 한 게 많아서 감사했다.
▲ 감독님은 왜 이하늬 배우를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하셨나.
무게감 있는 작업을 해야하는데 추천을 받아서 최근작을 찾아보신 게 '열혈사제', '극한직업'이니까 '얘를 어떻게 해야하나' 싶으신거 같더라. 그러다가 우연히 예능 다큐멘터리를 보셨다고 한다. 제가 연출이랍시고 동네방네 뛰어다니고 그랬는데, 그게 나리 캐릭터의 당당하고 솔직하게 돌파하는 부분으로 보신거 같더라. 의외지만 전 예능으로 캐스팅됐다.
▲ 정지영 감독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하는 인물이다. 이하늬라는 배우에겐 어떤걸 요구했나.
그런걸 말하지 않았다. 그냥 시나리오를 보라고 하셨다. 이걸 왜 이렇게까지 하실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때 여쭤보니 간단하게 '내가 잠이 안와' 이러시더라. 그거보다 더 큰 건 없을거 같더라.
▲ 정치적인 이야기라고 몰아갈 수 있었을 거 같은데, 부담은 없었나.
그런 것에 두려움 갖게되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완성도 있고, 하고 싶은 시나리오를 만나면 재밌게 혼신의 힘을 다해 해내는 게 제 일 같다. 정치적인 이슈나 화제는 보시는 관객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 이전엔 차도녀 이미지를 벗고 싶다고 했는데, 이번엔 엘리트 여성 역할이다.
차도녀 캐릭터를 연이어 하면서 '왜 나는 이런것만 할까' 생각하던 적도 있었는데, 최근에 에너지를 분출하는 캐릭터를 연이어 한 거라 이번엔 좋았다. 자기 복제가 아닌 완전 상반된 역할을 하게 돼 완전히 이전의 캐릭터를 털어낼 수 있었다.
▲ 올해만 봐도 쉼 없이 연기를 한다.
쉬는 것보다 연기하는게 좋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를 이제 만나기 시작했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거 같다. 그래도 '블랙머니' 끝내고 6월부터 쉬고 있다.
▲ 휴식할 땐 뭘하나?
자꾸 뭘 하게 된다.(웃음) 그래서 멍때리고 명상을 하려고 노력한다. 저만 그런가. 생각이 너무 많다. 시나리오 읽고, 뭘 준비해야 하고 이런 생각들이 자꾸 난다. 근데 이번엔 그걸 좀 덜고 머리를 비우려고 노력했다. 8월부터 발리에 가서 요가 수업도 받고 왔다.
▲ 미스코리아 데뷔 할 때 이런 배우가 되리라 생각했나.
제가 데뷔 전에 YG에 있었다. 대학원과 병행하며 엄청 바쁜 삶을 살았다. 국악을 하면 악기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소리를 배운다. 지금도 선생님들은 소리에서 진화해서 악기를 잘한다고 생각을 하신다. 어릴 때부터 복합 예술을 경험했고, 연기를 알게 됐다. 연기를 하면 뮤지컬을 하면서 음악도 같이 할 수 있고, 한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표출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 저에게 맞는 예술 형태를 찾는거 같아 감사하다. 현악기는 20년 넘게 전공했지만 정말 예민하다. 그 에너지를 맞추려 저도 예민하게 된 부분이 있는데 소리를 했거나 타악을 했어야 하는 에너지였던거 같다.
▲ 지금은 가야금은 안하나?
무리하게 독주회를 몇 년 동안 매해 했다. 작품이 끝나면 혼자 연습하고 독주회를 했다. 계속 해오던 악기를 포기하는게 너무 아깝더라. 그렇게 하고 나서 허리디스크가 생겼다. 배우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걷다 주저앉고 해서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쉬는 저를 보면서 '몸관리는 몸으로 먹고 사는 사람에게 기본'이라는 생각을 깨우치게 됐다. 그래도 아직 악기는 한다. 같이 연주를 했던 팀이 있는데, 11월 안에 녹음을 해서 좋은 시기에 음반이 나올 거 같다.
▲ 이하늬 하면 '완벽한 몸매'가 타이틀로 항상 따라오지 않나. 그런 부분에 대한 부담감도 클 거 같다.
사람인지라 변수가 있지 않나. 운동을 매일 해도 피곤하게 하거나 몸이 붓기도 하고. 그런데 부담이 될 때도 있다. 그런데 어쩌겠나. 매일 해야하는 일인데(웃음).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야 할 때도 있는데, 매일 성실하게 운동하고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에 의식을 갖고 집중하면 안좋은 가능성을 줄일수 있더라. 그래서 스트레스 줄이려 하고 있다.
▲ 채식도 아직 하나?
지금은 안한다. 채식을 하다가 건강상의 문제가 생겼다. 채식은 하지만 강박을 갖거나 하지 않으려 한다. 이젠 자유롭게 먹을 거다. (웃음)
▲ 이제 명실상부 흥행 배우다. 달라진 부분이 있나.
아직 모르겠다. 타던 차가 바뀌고 이런거 없다.(웃음) 운동하고, 밥먹고 하는 건 같은데 하고 싶은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게 바뀐 거 같다. 아직 배우로서 부족하지만 한걸음씩 조금씩 가까이 가고 있나 생각도 든다. 사실 흥행이 된 게 저 때문이 아니지 않나.(웃음) 나이도 있고, 연차도 10년이 넘었는데 그런 망상을 하면 안된다. 좋은 합과 타이밍과 스태프들과 작가님과 감독님과 배우들의 호흡까지 더해져 일어난 일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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