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반도체 부진하면 스마트폰으로…'영업익 7조대 회복' 저력 보인 삼성전자

입력 2019-10-31 10:35   수정 2019-10-31 10:36


바닥권까지 떨어진 반도체 가격 영향에 부진이 우려됐던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이 스마트폰 사업 호조 덕분에 예상보다 선전했다. 분기 영업이익 7조원대를 회복하는 저력을 보였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프리미엄과 중저가폰 판매 비중을 적절히 조절하며 대응한 전략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단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이 여전한 데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존해 당분간 뚜렷한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3분기 반도체 부진 스마트폰이 메워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연결기준 확정실적으로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7조7800억원을 각각 올렸다고 31일 공시했다. 이달 8일 발표한 잠정실적(매출 62조원, 영업이익 7조7000억원)보다 다소 올라간 성적표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8% 줄었지만 4분기 만에 60조원대를 회복했다. 영업이익도 사상 최고 실적을 냈던 1년 전(17조5700억원)보단 55.7% 급감했으나 전 분기에 비해서는 17.9% 늘었다.

지난 1분기 6조23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삼성전자로선 2분기 6조6000억원, 3분기 7조7800억원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는 게 위안거리다.

특히 지난 2분기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약 8000억원의 일회성 수익이 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직전 분기 대비 3분기 영업이익 증가폭은 당초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사업부별로 살펴보면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무선사업부)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올 3분기 IM부문은 매출 29조2500억원, 영업이익 2조92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2조2200억원)보다 31.5%나 늘었다.

프리미엄 폰인 갤럭시노트10과 중저가인 A시리즈 판매 호조가 이번 실적을 견인했다. 중저가 라인업 전환 비용 감소에 따른 수익성 개선 등으로 이익이 대폭 개선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 8월 발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의 이원화 전략(노트10, 노트10플러스)이 시장에 통하면서 스마트폰 사업부의 수익성이 향상된 것으로 분석된다. KB증권에 따르면 갤럭시노트10은 5G(5세대 이동통신)와 두 가지 모델 출시 효과에 힘입어 전작 갤럭시노트9보다 약 100만대 많은 글로벌 1050만대 출하가 예상됐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DS부문은 매출 26조6400억원, 영업익 4조24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주력'인 반도체는 3분기 매출 17조5900억원, 영업익 3조500억원을 거뒀다.

반도체 영업익은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던 전년 동기(13조6500억원)에 비해 77.6%나 줄었다. 올 들어서도 지난 1분기 4조1200억원, 2분기 3조4000억원, 3분기 3조500억원으로 감소세다.

다만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들의 고용량 메모리 스마트폰 출시, 데이터센터용 2테라바이트(TB) 이상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에 따라 예상보다는 선방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일부 고객사들 재고 확보용 수요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시작된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메모리 가격이 급등할 것을 우려한 글로벌 IT 기업들이 반도체를 선점하려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조치에 들어간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은 반도체 공정의 핵심 소재다. 에칭가스는 반도체 웨이퍼의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식각과 세정 역할을, 포토레지스트는 웨이퍼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 공정에 쓰이는 기능을 한다.

비메모리 부문인 시스템LSI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 전력반도체(PMIC), 디스플레이 구동칩(OLED DDI) 등의 수요 증가와 함께 고화소 이미지센서 공급확대에 따라 실적이 증가했다.

주요 고객사의 극자외선(EUV) 7나노를 적용한 모바일 AP, 고화소 이미지센서 등의 수요도 증가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실적도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와 함께 DS부문을 구성하는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은 올 3분기 매출 9조2600억원, 영업익 1조1700억원을 달성했다. 3분기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애플 등 주요 고객사들의 신제품 출시에 따라 중소형 OLED 공급 확대와 가동률 향상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담당하는 CE(소비자가전) 부문은 매출 10조9300억원, 영업이익 5500억원을 기록해 다소 부진했다. TV 사업의 경우 QLED·초대형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에도 가격 경쟁 심화로 전년 동기 대비 수익성이 소폭 하락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 3분기에는 미국 달러와 유로화가 원화 대비 강세를 나타내면서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약 4000억원의 긍정적 환영향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4분기 반등 불확실…반도체 등에 29조 투자"

삼성전자는 올 4분기 실적 반등이 불확실하지만 적극 투자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 반도체는 4분기 D램 1y 나노 공정 전환을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반도체는 미세화 정도에 따라 1x, 1y, 1z로 구분한다. x에서 z로 갈수록 공정이 더 세분화돼 만들기는 어렵지만 제조사의 수익성은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서버용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와 함께 모바일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LPDDR)5 제품에 대한 수요에도 적극 대응해나갈 예정이다. 낸드 플래시는 6세대 V낸드로 공정 전환을 확대하고,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LSI는 증가하는 64Mp·108Mp 등의 고화소 이미지센서 수요에 초점을 맞춘다. 아울러 5G 통합 모바일 AP 공급을 확대해 5G 시장에서 리더십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EUV 7나노 공정 제품 양산이 본격화돼 4분기에는 견조한 실적 달성이 예상되는 파운드리는 4나노 설계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는 등 미래 성장 기반을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4분기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은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라인 가동률 저하에 따른 비용 증가와 제품 라인업별 비중 변경, 대형 디스플레이 비수기 진입 등에 따라 3분기 대비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생산 효율 향상, 차별화 기술 적용 확대, 제품 다변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경영계획 공시를 통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약 29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부문은 메모리 첨단공정 전환과 인프라·파운드리 증설 투자에 23조3000억원을, 디스플레이는 플렉서블 OLED 등에 2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스마트폰 사업은 올 4분기 성수기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3분기보단 떨어지겠지만 내년 5G 수요 증가에 대응해 프리미엄부터 중저가 라인까지 전 제품 경쟁력을 강화한다. 폴더블 제품을 통한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한편 중저가 제품 수익성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네트워크 사업은 올 3분기 국내 5G 확대와 해외 LTE망 증설 지속에 이어 4분기 해외 5G 확산을 추진할 계획. 내년에도 국내 5G 전국망 확산을 비롯해 미국·일본 등 해외 5G 사업도 적극 확대할 예정이다.

올 4분기 가전사업은 연말 성수기를 맞아 유통과의 협업을 강화해 판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QLED TV와 초대형 제품 판매 확대에 역점을 두고, 성수기에 접어드는 건조기·에어드레서 등 라이프스타일 가전 판매도 지속 확대하기로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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