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사는 이날 워싱턴DC의 한국문화원에서 연 특파원간담회에서 미국이 요구한 구체적 수치를 거론하진 않았지만 “우리 입장에선 굉장히 큰 숫자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상황을 거론하며 “증액이 불가피한 것은 인정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만 “(미국이 얘기하는) 숫자에 연연해하며 헉헉댈 일은 아닌 것 같다”며 “그 숫자가 관철되리라고 아무도 안 믿지 않냐”고 반문했다.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실제 분담액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이 대사는 미국 요구액에 대해 “내년에 그만큼 달라는 것인지, 2년 후에 그만큼 달라는 것인지, 매년 합해서 몇 년 사이에 달라는 것인지 등에 대한 정의가 아직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또 “항목별로 브레이크 다운(세분화)해서 ‘뭐에 몇 억, 뭐에 몇 억’ 이런 식으로 수치가 내려온 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철거를 요구한 이 시점에서 정부가 우리 기업과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역점을 두고 검토하고 있지 않겠느냐”며 “이 단계에서 관광을 하느냐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재개 가능에 대해선 “미국도 남북 경협 문제에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건 없고, 다만 현재 시행 중인 제재 하에서 두 사업을 진행하는 건 아직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견지한다고 본다”고 했다.
미·북 실무협상과 관련해선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 협상에 대해) 당사자들끼리는 결렬이라고 평가하는 것 같지는 않은 느낌”이라며 연말 전에 미·북이 다시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지난 24일 부임한 이 대사는 이날 미 국무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고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을 면담하는 것으로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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