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6개월도 안남았는데…한국당 '투톱 리더십' 흔들

입력 2019-10-31 17:09   수정 2019-11-01 01:55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주도한 인사 영입이 당내 반발로 보류되면서 한국당 ‘투톱 리더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패스트트랙 공천 가산점’ 발언과 관련해 지도부 불화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계파 갈등이 재연될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한국당의 총선 채비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당은 31일 총 8명의 1차 인재 영입 대상자를 발표했다. 전날 알려진 인사 중 ‘공관병 갑질’ 논란에 휘말렸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 등이 제외되고 양금희 여성유권자연맹 회장이 새롭게 포함됐다. 박 전 대장은 황 대표가 영입에 공을 들인 인물이지만 전날 최고위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결국 1차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황 대표는 박 전 대장 등이 명단에서 빠진 것에 대해 “오늘은 경제에 주력한 인사”라며 “안보 부문도 다음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당 영입 환영식은 박 전 대장 논란을 의식한 듯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였다. 청년최고위원인 신보라 의원은 “최근 1~2주 사이 우리 당이 취한 행동들이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작은 문제들이 쌓여서 결국 당 운영과 대표의 리더십에 흠이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패스트트랙 폭력사태와 관련해 수사받는 의원들에 대한 공천 가산점 발언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낙마와 관련한 표창장 수여, 박 전 대장 영입 시도 등을 언급한 것이다.

당 내부에선 여전히 ‘황교안 체제’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보수 통합 등 당면한 과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황 대표는 이날 ‘리더십에 상처를 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걸 리더십에 상처라고 한다면 제겐 리더십이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내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저는 저대로 인재영입위원장과 협의해 가면서 좋은 분을 모시고 있다”며 “최고위원들을 비롯한 여러 채널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간 ‘불화설’도 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23일 일일점검회의 등에서 “공천 룰 관련 발언이 협의 없이 나갈 경우 당무감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 나 원내대표의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 ‘공천 가산점’ 발언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았다.

황 대표는 인재 영입 환영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조금 전에 나 원내대표와 함께 들어올 때 서로 갈등하고, 질책하고, 야단맞고, 야단친 그런 얼굴로 보이던가”라며 반문한 뒤 “갈등을 부추기는 건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직접 나서 ‘투톱 불화설’에 대해 해명했지만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불화설이 나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당내 통합도 못하면서 어떻게 보수 통합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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