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 40조원에 육박하는 재정을 투입한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조 단위 지방채권을 찍어 확장 재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년수당 등 현금성 복지사업과 단기 일자리 사업에 예산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어서 단기 성과에 집중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약 40조원 투입…복지 비중만 36.5%
서울시는 내년 예산으로 올해보다 10.59%(3조7866억원) 증가한 39조5282억원을 편성해 11월 1일 시의회에 제출한다고 31일 발표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25개 자치구와 서울교육청 교부금 등을 제외하면 실제 집행 규모는 23조3592억원이다. 서울교육청의 내년 예산도 올해보다 6.3% 늘어난 9조9730억원에 달해 역대 가장 큰 규모가 될 전망이다. 기금 등 특별회계를 제외한 일반회계 기준으로 서울시민 1인당 예산액은 268만원에 달한다.
박 시장은 “경제지표가 악화하고 있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며 “재정은 서울 경제의 활력을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분야는 복지다. 서울시는 내년 복지예산으로 올해보다 15.2%(1조7000억원) 증가한 12조8789억원을 투입한다. 2011년 박 시장 취임 당시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전체 예산에서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5%에서 내년 36.5%로 상승할 전망이다.
복지사업에서 주목할 부분은 현금성 복지다. 국고 보조 없이 서울시가 추진하는 대표적 현금성 복지사업은 청년수당(904억원)과 청년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135억원)으로 올해보다 4배가량 늘었다. 국고 보조 사업인 아동수당 4069억원, 주거급여 4085억원에 2조2374억원의 기초연금을 합치면 약 3조1500억원의 예산을 현금성 복지에 투입한다.
공공일자리 예산으로 1조6000억원 투입
일자리 예산도 크게 늘었다. 올해보다 26.8%(4000억원) 증액한 2조원을 투입해 약 4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목표다. 신규 일자리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1조6656억원을 투입해 총 17만9000개의 공공 일자리를 만들고, 민간 창업 지원 등의 방식으로 3386억원을 배정해 21만3000개의 민간 일자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예산도 대폭 확대한다. 서울시는 내년 공공임대주택 공급 예산으로만 1조5431억원을 투입한다. 올해 공급 목표인 1만7000가구보다 50% 증가한 2만5000가구를 내년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특히 신혼부부 임대주택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이를 위해 4200억원을 들여 3200가구를 신혼부부에게 매입 임대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 예산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 출자액 등을 합치면 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 사업비는 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며 “가구당 3억~4억원을 투입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예산안 재원 확보를 위해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받아 지방채 발행 한도를 늘렸다. 역대 최대 규모인 3조원의 지방채를 연리 1.8% 수준으로 발행한다. 이로써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올해 16%에서 내년 22%로 늘어나지만 행안부가 정한 지방자치단체 채무 비율인 25%보다 낮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박 시장은 “빚을 많이 낸다고 하니 걱정하는 시민이 많지만 8년간 채무를 7조원 이상 줄여 재정건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박진우/정의진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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