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의 문화사>는 우리가 매너라고 부르는 행동 양식이 어떻게 상황에 맞춰 형성돼 왔는지를 다룬다. 핀란드 작가 아리 투루넨과 방송PD 마르쿠스 파르타넨이 함께 썼다. 저자들은 ‘사회적 예측 불가능성을 완화’하려는 인사가 오랜 시간 안전을 보장하는 장치이자 폭력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준다. 인사뿐 아니라 몸가짐과 보디랭귀지, 식사예절 및 생리현상과 관련한 매너의 역사를 살핀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지켜야 하는 예의가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매너로 정착됐는지 간결한 문장으로 흥미롭게 풀어냈다.
중세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유럽 문화사를 곁들여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화장실에서 용무를 보는 일이 사생활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 실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웃음이 본질적으로 동물의 행태이자 자극적인 제스처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웃음의 잔인함과 이중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책은 과거의 행동 양식이 오늘날의 매너로 어떻게 유지되고 변해왔는지, 왜 그런 행동 방식들로 발현됐는지를 파고든다. 매너라는 것이 어쩌면 인간의 본능적인 행동을 억누르기 위해 만들어진 울타리 같은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보게 한다.
집단의 행동을 관통하는 코드로서의 매너는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해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변함없는 사실은 “최고의 예절은 언제나 진심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법”이며 “본질은 다른 사람을 제대로 배려하려는 마음에 있다”는 것 아닐까. (이지윤 옮김, 지식너머, 256쪽, 1만5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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