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부터 3박7일간의 해외 순방 일정을 발표했던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국제 정상회의 취소 사태로 사전에 짜놓은 외교 구상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1일 “뉴스를 통해 회의 취소를 알았다”며 “어떻게 일정을 잡을지 확정적으로 할 얘기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론 순방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11월의 절반가량을 외교 일정으로 빼곡히 채워놨다. 다자외교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교착 상태를 풀어내겠다는 구상이다. APEC 정상회의 외에도 11월 3~5일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3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 25~27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및 한·메콩 정상회의 일정이 잡혀 있다. 특히 아세안+3 정상회의에 중국 일본 정상이, APEC 정상회의에는 미국과 러시아 정상이 참석해 단독 회담 가능성이 제기됐다.
APEC 정상회의는 지소미아 종료일(11월 23일 0시) 직전 한·일 정상이 만날 마지막 기회로 꼽히기도 했다. 양국 정상이 APEC 정상회의 기간에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만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칠레 정부의 회의 취소로 기회가 사라졌다. 양국이 별다른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면 지소미아는 종료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4일 일본 도쿄에서 아베 총리와 회담을 하고 ‘양국 정상 간 만남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문 대통령 친서를 전달했다. 일본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양국은 그동안 실무 차원의 물밑 대화를 해왔지만 강제징용 배상안에 대한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원/이정호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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