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주인과 머슴론’은 국내 500대 기업의 최장수 CEO로 성공한 비결이자 ‘샐러리맨 신화’의 요체다. 대학 졸업 후 대우중공업을 거쳐 1979년 한샘에 입사한 그가 15년 만에 전문경영인 자리에 오른 저력도 ‘내 회사처럼 일하는 주인정신’에서 나왔다. 그 덕분에 입사 당시 목공소 수준이던 한샘을 매출 2조원 기업으로 키울 수 있었다.
그가 위기 때마다 펼쳤다는 책 <서비스 경영 불변의 원칙 9>에 ‘사람 엔진’을 최상의 상태로 가동하는 것이 성장 동력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모눈종이에 설계도를 그리던 관행을 깨고 상담·설계·시공·애프터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해 공기를 한 달에서 1주일로 줄이는 등의 혁신에 성공했다.
이런 자세는 평사원으로 입사해 전문경영인으로 우뚝 선 인물들의 공통점이다. 삼성전자만 보더라도 창립 요원으로 회사 성장을 이끈 윤종용 전 부회장을 비롯해 평사원에서 그룹 미래전략실 부회장까지 오른 최지성, 전문대와 중소기업을 거쳐 부회장에 오른 신종균, 울릉도 출신으로 ‘삼성 TV 신화’의 주역이 된 윤부근 전 부회장이 그랬다.
올해 다산경영상을 받은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호남석유화학 사원으로 시작했고, LG생활건강을 시가총액 20조원의 굴지 기업으로 키운 차석용 부회장은 미국 P&G 사원으로 입사한 뒤 전문경영인으로 성장했다.
1세대 ‘샐러리맨 신화’의 주역인 김우중 대우 창업자처럼 오너가 된 사례도 많다. 증권회사 최연소 지점장으로 최고 영업실적을 올리며 경험을 쌓아 미래에셋금융그룹을 창업한 박현주 회장, 삼성전기와 대우자동차를 거쳐 셀트리온을 창립한 서정진 회장 등이 그런 경우다. 이들은 모두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회가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니 직장인들이여, 더러는 사표를 품고 눈물을 훔칠지라도 우리에겐 새로운 신화의 페이지가 열려 있다. 주인으로 일하면 주인이 된다지 않는가. 기죽지 말고 힘내자. 으라차차!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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