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듐 가격이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1년 전에 비해 68%나 뛴 상황이지만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팔라듐을 재료로 하는 자동차 촉매변환변환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팔라듐 선물 12월물은 전날 대비 0.1% 오른 온스당 1772.5달러에 거래됐다. 팔라듐 가격은 지난 한 달 동안 9.8% 뛰었다. 1년 전 가격인 온스당 1068달러와 비교하면 67.7% 뛴 상황이다. 팔라듐 가격은 지난해 9월에 이미 전고점인 2000년의 온스당 1060달러를 돌파했으며 이후 계속 신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팔라듐 가격이 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건 크게 두 가지 요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 가지는 팔라듐이 금융 자산으로서 매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실제 산업계에서 팔라듐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팔라듐 가격이 이토록 크게 뛰는 현상에 대해 최근 세계에 퍼지고 있는 안전 자산 선호 기류를 이유로 지적한다. 실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팔라듐 가격은 금값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홍콩 시위 등의 문제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금과 은, 팔라듐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특이한 부분은 팔라듐이 금보다 훨씬 큰 가격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팔라듐 가격이 1년 사이 68% 뛰는 동안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값은 24.5%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재 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510달러 수준으로, 팔라듐 가격에 비해 250달러나 낮은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팔라듐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팔라듐은 가솔린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인 촉매변환기의 산화 촉매로 주로 쓰인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자가용 등의 배기가스 배출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팔라듐 구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까지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캠페인 강도를 높이는 등 가세하면서 팔라듐 품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팔라듐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적으로 팔라듐을 재료로 사용하는 자동차 부품 도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에서는 올해 상반기에 자동차 촉매변환기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2900건 발생했다. 지난해 전체를 통틀어 발생한 1674건보다 훨씬 많았다. FT는 “특히 팔라듐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촉매변환기를 노린 도난 사건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팔라듐 가격의 향방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미국 원자재 전문 컨설팅사인 시어리퓨처스의 마이크 시어리 애널리스트는 “현재 1700달러대인 팔라듐의 온스당 가격이 2000달러를 넘어서는 건 그것이 가능할 지의 문제가 아닌 ‘언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팔라듐이 올해 안으로 2000달러를 넘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FT는 BMO캐피털의 분석 자료를 인용해 팔라듐의 가격 랠리가 곧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FT는 “팔라듐의 역대 평균 가격은 온스당 500달러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어떤 원자재도 평균 가격에서 이렇게 많이 벗어난 상태를 오래 유지한 사례가 없다”고 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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