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K팝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에 문화계는 물론 시장까지 들썩이고 있다. BTS라는 브랜드 가치의 경제적 파급력이 천문학적인 수치를 기록하면서 새로운 'K팝 경제'의 문을 열고 있다는 평가가 따른다.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연평균 국내 생산 유발 효과는 4조1400억 원, 타 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인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1조4200억 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총 5조5600억 원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중견기업 평균 매출(1591억원)의 26배에 해당하는 생산 유발 효과였다.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8.9배 수준이었다.
이들이 데뷔 후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약 56조 원의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방탄소년단을 걸어다니는 기업이라고 부를 만한 수치였다. 특히 업계는 이 연구가 지난해 분석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 사이 앨범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MAP OF THE SOUL : PERSONA)' 발매 및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진행 등으로 이미 경제효과가 5조원을 훌쩍 넘어섰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그간 전 세계를 무대로 하며 나라, 성별, 나이 등 모든 장벽을 허물고, 글로벌 시장에 잔존했던 K팝의 한계를 당당히 뛰어 넘었다.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를 통해 세계 곳곳에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한국, 미국,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일본, 대만, 싱가포르, 태국,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 세계 23개 도시에서 62회의 공연을 했고, 무려 20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특히 이 월드투어로 문화적, 경제적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어들였다.
이들의 이름 앞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한국 가수 최초로 4만석 규모의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홈구장 시티필드에 입성했다. 세계 음악의 성지이자 뮤지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도 한국 가수 최초로 무대를 펼쳤다.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해외 가수 최초로 스타디움 공연을 열어 히잡, 차도르 등을 쓴 팬들이 아미밤(공식 응원봉)을 들고 떼창을 하는 진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1년 2개월 간 진행된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로 벌어들인 수익은 약 20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회당 평균 티켓 매출이 약 75억 원으로 전체 투어의 티켓 매출은 15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팝업스토어 매출, 공연장에서 판매한 MD 매출과 공연 온라인 생중계 수익 등이 포함돼 총 2000억 원에 육박한다는 전망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 방시혁 대표는 지난 8월 사업 설명회를 열고 2019년 상반기 성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빅히트는 매출액 2142억, 영업이익 641억, 순이익 502억 원을 기록했다. 방 대표가 밝힌 바에 따르면 빅히트는 2019년 상반기 매출 2001억 원을 달성했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391억 원으로 상반기만으로 이미 지난해 641억 원의 3분의 2 수준에 달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의 날갯짓은 음반, 공연 사업뿐만 아니라 관광, 서비스, 화장품과 의류 등 소비재 산업까지 덩달아 호조를 띄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인지도가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0.45% 증가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들이 한 해 평균 불러들이는 외국인 관광객 추산치는 80만 명 정도다.
고려대학교 편주현 경영대학 교수팀은 '방탄소년단(BTS) 이벤트의 경제적 효과: 부산, 서울 5기 팬미팅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에서 지난 6월 방탄소년단이 서울과 부산에서 4회에 걸쳐 진행한 팬미팅으로 발생한 경제 효과가 4813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부산 팬미팅의 경우 팬미팅 관람객 중 10%인 4000명 이상이 외국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아티스트가 외국인들에게 한국 방문의 직접적인 이유가 됐고,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 밖에 방탄소년단을 콘텐츠로 내세운 사업군도 호황을 누렸다. 방탄소년단의 영국 런던 웸블리 공연을 생중계한 네이버는 동시접속자 수 14만명을 기록했다. 유료로 제공된 이 생중계의 시청료는 3만3000원이었다. 이에 해당 공연 단 한 번의 유료 생중계로 46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6월 8개월 한정 판매상품으로 'KB X BTS 적금' 상품을 내놨는데 총 27만 계좌가 가입했으며 예치금은 2343억원에 달했다. 또 뷰티 브랜드 메디힐이 지난 23일 커머스 플랫폼 '위플리(Weply)'를 통해 선보인 방탄소년단과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은 판매 시작 8분 만에 동이 났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시장 분위기를 전환하는 핵심 역할을 하기도 했다. 바비인형사 마텔이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한 인형을 출시하며 거듭되던 실적 부진 딛고 3분기 매출이 급상승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마텔이 지난 3월 출시한 BTS 인형 특수에 마텔의 3분기 해외 매출은 7억2170만 달러로 10%나 증가했다.
이는 마텔의 순매출이 0.5%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 애널리스트의 전망치를 상회하는 수준의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지난 1월 방탄소년단과 계약한 마텔의 주가는 올해 들어 5.7% 상승했다.
과거 방탄소년단은 2017년 서울 구로구 고척돔에서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 3 윙스 투어 인 서울'을 개최할 당시 "날갯짓은 한 날개로만 한다고 날 수 있는 게 아니다. 팬분들이 있기에 우리가 있고 콘서트도 여러분이 있기에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RM은 "우리를 알아줄지, 내가 뭔가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인지 항상 불안하고 걱정했다. 한쪽 날개만 있으면 날 수 없는데 우린 서로의 팬이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세계 무대를 향해 날개를 펼쳤던 방탄소년단은 이제 K팝 아티스트로서는 독보적인 위치에서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이들은 포브스가 선정한 '2019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낸 엔터테이너 100명'에 43위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들의 가치는 단순히 수치에 그치는 것이 아닌, 쉽게 표방할 수 없는 문화적 영향력까지 지니고 있기에 더욱 유의미하다. '방탄 이코노미'가 새로운 K팝 경제의 시작이라는 분석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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