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 지정을 앞두고 경기 광명과 대전 부동산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서울 강남권을 정조준하고 있지만 ‘불똥’이 튈 수도 있어서다. 광명은 서울 못지않게 재개발·재건축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어 지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전국에서 집값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진 대전은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을 충족했다.
◆광명 재개발·재건축 ‘초긴장’
국토교통부는 6일 오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열고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을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 25개 자치구와 세종, 과천, 광명, 하남,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등 31개 모든 투기과열지구가 지정 요건을 충족했다. 이들 지역 가운데 앞으로 분양이 많은 지역이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를 우회하는 단지가 나오는 곳부터 동(洞) 단위 지정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방침이다. 이 때문에 재건축이 활발한 서울 반포동과 개포동 등이 대상 지역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과 지방 투기과열지구에선 광명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가장 많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성남 분당의 경우 아직 재건축이 요원한 데다 얼마 되지 않는 리모델링 단지들의 연내 착공도 미지수다. 과천 또한 ‘2기 재건축’ 분양이 모두 끝나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하남과 세종은 새 아파트 공급이 공공택지에 이뤄지고 있어 이미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고 있다.
반면 광명은 도시 전체가 재개발·재건축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개 구역 3만3064가구(종후 가구 기준) 규모의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정부로선 상한제 지정 효과가 크다. 이미 분양을 마친 3개 구역 7395가구를 제외하더라도 5개 구역 1만8가구가 사업 막바지인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다. 이르면 1~2년 내 분양에 나설 물량이다. 당장 광명뉴타운15구역(1335가구)은 이달께 일반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광명2구역(3344가구)과 10구역(1051가구)은 이주를 진행 중이고 14구역(1187가구)은 철거를 앞두고 있다. 광명5구역(3091가구)는 지난달 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광명 전역이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이들 구역에 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29일 이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곳은 내년 4월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낼 경우 상한제가 유예된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 시행 하루 전 막차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광명1구역(3585가구) 등이 포함된다. 다만 남은 기한 안에 이주와 철거, 분양 등 나머지 사업 절차를 마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구역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아직 사업시행계획인가 전후 단계에 머무른 곳들은 상한제의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상한제로 일반분양가가 억눌리면 조합원들의 수익이 그만큼 줄어들고 구역 전체의 사업성도 내려간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광명 일대에 수주해 놓은 정비사업 구역이 많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상한제는 정비사업이 활발한 지역을 타깃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며 “광명은 3분기 가격 상승률이 높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전, 이번엔 규제 받을까
올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대전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주정심은 상한제 대상 지역 지정 외에도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의 규제를 결정하는 회의인 까닭이다. 대전 부동산시장은 지난해 7월부터 집값이 한 차례도 쉬지 않고 올랐지만 그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다면 바로 상한제 지정도 가능하다.
요건은 이미 충족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유성구(6.45%)와 서구(5.13%), 중구(5.10%), 동구(2.59%)의 집값 상승률은 같은 기간 대전의 소비자물가상승률(0.2%)을 크게 웃돈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아야 한다’는 게 투기과열지구 지정 우선 요건이다. 서구와 중구, 동구는 ‘최근 2개월 평균 청약경쟁률이 5 대 1을 초과해야 한다’는 선택 요건도 채우고 있다.
대전 집값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달아오르고 있는 것도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부동산 규제는 통상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순으로 묶이지만 시장이 과열될 경우 순서를 건너뛰기도 한다. 대구 수성구의 경우 2017년 9월까지만 해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았지만 재건축이 활발해지면서 집값이 급등하자 조정지역 지정을 건너뛰고 바로 투기과열지구로 묶였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정비사업엔 ‘규제 종합선물세트’가 쏟아진다. 재건축 조합원의 분양 가능 주택 수가 1채로 줄어들고,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와 5년 재당첨 제한 등을 적용받는다. 담보인정비율(LTV) 40% 등 대출규제도 작동해 이주비를 끌어와야 하는 재개발·재건축조합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3억 이상 주택을 거래할 땐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되고 1순위 자격 요건 강화 등 청약 규제도 생긴다.
전문가들은 비(非)규제지역 ‘풍선 효과’를 보던 대전 부동산시장이 이번엔 규제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그동안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져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바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될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전형진/안혜원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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