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진 피부 당겨주는 '리프팅 실' 특허 지켜…대법원 "해외서 조립했어도 국내 피해 인정"

입력 2019-11-03 10:38   수정 2019-11-04 03:05

특정 발명품을 부품별로 나눠 특허가 등록되지 않은 해외로 가져가 조립만 해서 팔았다면 특허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시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리프팅 실’ 기술의 특허권을 둘러싼 소송에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김영재·박채윤 부부가 운영하는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이 무역업체 A사를 상대로 낸 특허권침해금지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특허법원에 돌려보냈다.

‘김영재 의원’을 운영하던 김영재 원장은 2012년 주름진 피부를 당겨주는 안면 리프팅 기술을 개발했다. 특허 분쟁은 일본 수출 과정에서 수출을 중개한 A사와 불거졌다. A사는 시술 키트 중 부품 일부(콘, 봉합사, 허브)를 싱가포르로 빼돌린 뒤 그곳에서 완제품을 조립해 유사 상품을 만들어 일본에 수출했다. 이에 김 원장 측이 “특허 도용 제품을 폐기하고 50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특허법원(2심)에선 김 원장 측의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특허권은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효력이 미친다”면서도 “그러나 국내에서 부품 전부가 생산되고, 해외에서 이뤄진 부품의 가공·조립이 극히 사소하거나 간단하다면 국내에서 완제품이 생산된 것과 같이 특허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고 측을 대리한 이수완 특허법인 AIP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녹다운 수출’(개별 부품별로 수출해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 과정에서 특허권 보호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2014년 의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고 청와대를 드나들며 박 전 대통령에게 시술을 한 혐의(의료법 위반) 등으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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