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원 환급"…카드·핀테크 '錢의 전쟁' 거세졌다

입력 2019-11-03 18:07   수정 2019-11-04 02:00

핀테크(금융기술) 플랫폼 업체와 카드사 간 제휴 마케팅이 한층 긴밀해지고 있다. 토스 등 플랫폼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카드를 발급받으면 최대 십만원을 돌려주고,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플랫폼과 연계해 결제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도 두둑이 쌓아준다. 지급·결제 시장에서 카드사와 핀테크사가 경쟁할 것이라는 기존 예측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현대카드 공세에…KB ‘10만원 반격’

토스와 KB국민카드는 지난달 31일부터 토스 앱에서 새 제휴카드인 ‘toss KB국민카드’를 발급받은 소비자에게 현금을 돌려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한 달 안에 10만원 이상 결제하면 10만원(현금 8만원+토스머니 2만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파격적인 혜택으로 토스의 ‘인기카드’ 1위 자리를 꿰찼다. 최근 석 달 동안 1위였던 ‘현대카드 제로’를 단숨에 제쳤다. 현대카드는 카드를 받은 뒤 8만원 이상 결제하면 다음달 8만원을 돌려주고 있다.

액수로 치면 지난 9월 신한·KB국민·롯데·하나카드가 SK텔레콤의 본인인증 앱 PASS와 벌인 이벤트가 최고였다. 카드 발급 시 10만원의 현금을 주고, 첫 결제를 하면 5만원을 할인해줬다. 신용카드업계 관계자는 “PASS가 금융 플랫폼으로서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가입자당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 15만원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 대신 핀테크 업체 이름을 내세운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네이버페이가 롯데카드와 손잡고 내놓은 ‘플래티넘 카드’가 대표적이다. 결제 시 롯데의 엘포인트 대신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쌓아준다. 이 카드를 네이버쇼핑에서 사용하면 적립률이 6%로 2~3%를 쌓아주는 일반 적립형 신용카드보다 혜택이 크다.


소비자는 好好…‘과열’ 논란도

토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플랫폼 업체가 1000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게 되면서 마케팅 주도권도 이동했다. 은행계인 신한·KB국민·하나·우리카드는 은행 점포 한 곳에서 매달 50~70장 안팎의 카드를 파는데, 핀테크 플랫폼과 제휴하면 하루에도 수천 장을 판매할 수 있다. SKT PASS와 제휴하면 2300만 명가량인 SK텔레콤 회원에게 접근하는 길이 열린다.

카드사들은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소비자 혜택도 늘어나 ‘나쁠 게 없다’고 여긴다. 그러나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장기적으로 핀테크 업체에 판매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주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금융 플랫폼은 회원이 자발적으로 가입하기 때문에 고객을 쉽게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민거리도 생겼다. 그는 “초기 혜택만 취하고 실사용은 하지 않는 ‘체리 피킹’ 고객이 점차 늘고 있다”고 했다.

카드사가 핀테크 업체와의 제휴를 강화하면서 오프라인 카드모집인은 대폭 줄었다. 7개 전업 카드사 소속 카드모집인 수는 2018년 1분기 1만5755명이었지만, 지난 3분기 1만1760명으로 감소했다. 한 카드모집인은 “대면 카드 영업을 할 때 연회비의 10%가 넘는 혜택을 제공하면 불법인데, 온라인에선 핀테크 업체를 거쳐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훈/송영찬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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