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A사에 온 강사는 강의 초반 산업안전 관련 내용을 간단히 언급하고 나머지 시간엔 자신이 판매하는 보험상품 설명을 쏟아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A사는 애초 산업안전보건교육 의무 기업이 아니었다. 교육을 가장한 변칙 보험판매 영업에 속아 직원들의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다.
올해 한 공공기관에서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일찍 끝낸 강사가 건강식품 판매에 나선 일도 있었다. 교육시간 내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선 마지막에 “원기를 회복해준다”며 한약의 일종인 공진단을 직원들에게 권했다.
교육을 빙자해 보험과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행위가 적지 않지만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문제다. “외부 강사가 영업 행위를 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으나 언제 통과될지 미지수다. 정부 산하기관을 사칭하면서 자신들에게 꼭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선전하는 교육업체도 있다.
일반 기업을 상대로 ‘교육 끼워팔기’도 성행하고 있다. “50만원만 주면 성희롱 예방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까지 4~5개 주제를 한꺼번에 교육해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식의 제안이다. 교육업체와 강사들 사이에서 교육 따내기 경쟁이 치열해진 데 따른 결과다. 그만큼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역시 관련 감독 규정이 없다.
단속 권한이 있는 고용노동부는 “현실적으로 모든 교육업체를 감독하기는 어렵다”며 단속에 난색을 표했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정부가 교육 이수 여부를 파악해 과태료를 물리는 데만 적극적일 뿐 정작 교육의 질과 내용엔 관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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