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불황 늪 빠진 항공업, 체질 강화 계기 삼아야

입력 2019-11-03 17:18   수정 2019-11-04 00:24

항공업계 불황이 심각하다. 일본 상품 불매가 시작된 이후 한·일 노선 여객이 평균 30% 이상 줄었다. 성수기인 지난 8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여행자가 전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을 줄이고 비행기를 급히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돌렸지만 대체한 노선에서도 공급 과잉으로 고전 중이다. 지금처럼 침체된 업황이 지속된다면 일본 노선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비용항공사(LCC)들부터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것이다. 항공자유화로 인해 개설이 쉽고 탑승률이 80%를 웃도는 일본 노선에 경쟁적으로 국제선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한·일 간 외교적 충돌이 항공업계 위기의 발단이다.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우발적 상황을 탓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은 업계가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과 혁신을 모색하고, 정부는 산업 보호를 위해 장·단기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전환기다.

항공업계는 내국인 기반의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네트워크 제휴와 마케팅 전환으로 수요 창출과 서비스 다변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작년 한 해 공항을 드나든 출입국자 4168만 명 중 외국인 입국자는 1396만 명에 불과했다. 아웃바운드가 인바운드보다 두 배나 많은 불균형은 오히려 수요 창출의 잠재력이 될 수 있다. 외국인 입국자의 76%가 인천공항에 집중되고 김해, 김포, 제주공항까지 합한 4개 공항에 전체 외국인의 99%가 드나드는 공항 간 불균형도 지방 공항의 성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항공교통이 지방 공항마다 균형 있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지역마다 관광의 매력을 홍보하는 해외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 해외 언론매체의 예능프로그램 개발과 주요 관광지의 간접광고(PPL), 관광콘텐츠 개발에서 교통 수단과 이정표의 영문 안내에 이르기까지 여행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관광업계, 공항당국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항공편의 출발·도착 시간에 맞춘 공항버스 운영으로 지방 공항의 환승 편의를 개선하고, 현재 수도권 공항의 환승 여객에게 허용되는 72시간 무비자 체류를 지방 공항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교통·관광정보 프로그램 개발, 해외 주요 도시 대상의 관광상품 홍보박람회와 여행사이트를 항공·관광업계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운영하는 민·관 노력도 필요하다. 2030세대에게는 짧은 유튜브 동영상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정부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업계가 심각한 경영난에 처할 때마다 산업의 보호를 위해 각국은 재정과 세제로 지원하고 있다. 9·11 테러(2001), 글로벌 금융위기(2008), 메르스 전염병 확산(2015),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2016) 때마다 우리 정부 역시 긴급 지원책을 마련했다. 이번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영업 환경이 회복될 때까지 국내선 공항시설 사용료 인하, 항공유에 대한 할당 관세와 석유 수입 부담금, 공항 시설 사용료에 대한 한시적 면제·감면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행 수요가 풍부한 중국 노선의 경우 외교적 협상 과정에서 운항 조건도 따져야 한다. 운수권을 배정받은 국적항공사들이 현지 공항의 슬롯(특정 항공편이 운항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시간대)을 확보하는 데 종종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이번 불황은 지난 10여 년간 양적으로 팽창해온 항공사들에는 가혹한 시련이다.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국내 항공업계 재편은 이미 시작됐다. 일본에 편중된 국제노선의 분산과 제휴는 업계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과제다. 항공기의 등록세와 지방세 감면, 항공기 부품의 관세 면제 등 해묵은 현안까지 포함해 국제 수준에 부응하는 정부 지원책이 마련된다면 지금의 위기는 우리 항공업계 체질을 강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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