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핵심 지지층이었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이른바 ‘촛불 권력’들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국정 운영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와 지역 상생형 일자리 사업은 모두 민주노총의 어깃장에 가로막혀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에 정면 반발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이런 행태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민주노총 공화국’이라는 자조 섞인 비판도 나왔다. 야당은 민주노총을 향해 “문재인 정부의 악덕 채권자”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대입 정시 비중 확대를 공언했지만, 전교조는 ‘공교육 정상화’를 이유로 들어 정시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전교조는 논평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대입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여권 내 극단적인 친문 세력들도 원활한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지원을 받아 각종 개혁입법에 어깃장을 놓는가 하면 극단적인 행동으로 대통령의 공약인 ‘국민통합’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적으로 이견이 정리됐지만 ‘데이터 3법’ 등 문 대통령이 추진 중인 개혁 과제의 입법을 놓고 여당 내 과격 소수 의원들이 반대의견을 낸 경우도 적지 않다.
친문 세력들이 각종 현안이 터질 때마다 장외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가로막는 경우도 많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친문 지지 세력의 ‘정치 팬덤’이 전례 없는 수준의 편 가르기로 나타나고 있다”며 “자기편이면 무슨 죄를 지어도 용서하고, 다른 얘기를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왕따를 시킨다”고 말했다. 합리적·이성적 판단을 강조하는 여당 목소리가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사회의 여전한 무사안일과 복지부동도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성과가 나지 않는 한 원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가 혁신의 지원자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공직사회는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권한을 쥔 일선 공무원들이 여전히 규정을 앞세우며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파격적인 규제 혁신을 들고나왔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급기야 감사원이 직접 나서 정부 부처의 적극 행정을 독려할 정도로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청와대 인식이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국민의 체감을 이끌어 낼 정도의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 구축과 협치를 위한 정치적 기반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또다시 나서면서 대립 국면이 부각되고,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정치협상회의나 문 대통령과 당 대표들의 정기적인 만남 등 협의체를 현실화하는 게 협치를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재원/고은이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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