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희망 고문'만 안기는 광역교통계획

입력 2019-11-04 17:56   수정 2019-11-05 00:09

“어차피 이번 생에 못 탄다. 관심 꺼도 돼.” “그나저나 GTX-A노선 구간의 땅은 언제 파나요?”

정부가 지난달 말 내놓은 ‘광역교통 2030’에 등장한 서부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규 노선(D노선)에 대한 인터넷 부동산 카페 댓글이다. “현재 추진 중인 GTX-B, C노선도 15년 후에 완공될 것 같은데”라는 체념 섞인 댓글도 있었다. 밑그림조차 제시되지 않은 GTX-D노선이 어디에 놓일지 예측하며 토론을 벌이는 이들도 있었다. “인천공항과 연결해야 한다” “김포한강신도시를 지날 것이다” 등 다양한 주장이 난무했다. 정부가 ‘GTX-D 노선’이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일어난 혼란이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지난 3월 출범한 이후 7개월간 준비해 발표한 광역교통 2030은 앞으로 10년간 광역교통의 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 주요 거점 간 통행시간을 30분대로 단축하고 통행 비용도 최대 30%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10년간 광역교통 철도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1·2기 신도시 교통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문제는 대광위의 청사진이 대부분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광역교통망 사업이 추진되려면 5년 단위로 수립되는 국가철도망구축계획 등 법정계획에 들어가야 한다. GTX-D를 비롯해 서울 지하철 6·9호선 동북권 연장, 고양선 연장(고양시청~식사동) 등은 아직 법정계획에도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철도사업은 기본구상, 예비타당성조사, 기본계획 수립, 기본 및 실시설계, 착공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10년 이상 기간이 소요된다. 이번 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첫 삽도 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졸속 교통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2011년 경기 화성 동탄과 파주 운정을 잇는 GTX-A노선을 2016년에 준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A노선은 지난 6월에야 첫 삽을 떴다. 대심도 터널 공사를 두고 지역 주민들이 반발해 개통 목표(2023년)를 맞추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운정, 일산신도시 주민의 ‘A노선 희망고문’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익은 교통 대책을 대거 쏟아낸 건 내년 총선을 의식한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광역교통 2030에선 ‘적극 검토’ ‘차질 없이’ ‘일정 단축’ ‘결과를 조속히 도출’ 등의 단어가 잇달아 등장했다. 하지만 그럴듯한 재원 조달 계획조차 없는 사업은 공허한 희망만 키울 뿐이다. 이번에 발표한 정책들이 2030년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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