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4개월 만에 최고치에 올랐다. G2(미국·중국)의 경기 지표 개선과 무역 합의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증시 발목을 잡던 기업 실적 악화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때마침 수출을 좌우하는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연말 2200선 회복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중 최저점에서 11% 반등
4일 코스피지수는 30.04포인트(1.43%) 오른 2130.24로 마감했다. 올해 상승률은 4.4%에 불과하지만, 9월 들어 강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7일 연중 최저점(1909.71)에서 11.5% 올랐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지표가 좋게 나온 영향이다. 지난 1일 발표된 미국 10월 비농업부문 고용자 수는 전달보다 12만8000명 늘어 예상치(8만9000명)를 크게 웃돌았다. 같은 날 발표된 중국 10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1.7로 4개월 연속 올라, 2017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김진명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 합의가 이뤄져도 글로벌 경기를 되살리기엔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우려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 합의도 기대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양국이 구두로 ‘스몰딜(부분 합의)’에 이른 뒤 긴가민가한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최근엔 1단계 무역 합의가 정식 서명으로 이어질 것이란 낙관이 확산하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1일 미·중 고위급 전화 회담 후 중요 인물들이 긍정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 시장의 낙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5만2300원)와 2위인 SK하이닉스(8만4700원)가 나란히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소비 위축과 산업 구조 변화에 고전하던 유통주도 오래간만에 웃었다. 롯데쇼핑이 6.12%, 이마트가 6.17% 상승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통뿐 아니라 항공, 증권 등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업종이 모두 올랐다”고 했다.
커지는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
증권가에선 연말까지 코스피지수가 22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러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고, 내년에 기업 실적이 개선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실적이 워낙 나빴던 만큼 내년에 상장사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20% 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내 수출도 악화일로는 벗어날 것”이라며 “연말까지 2200선 회복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금액이 78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1% 줄었지만 바닥이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반도체 수출 가격이 높아 역기저효과가 강하게 나타난 것”이라며 “물량 회복은 이미 시작돼 조만간 수출액 회복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강세가 진정된 점도 국내 증시가 견고한 바닥을 찍었다고 보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 9월 초 달러당 1200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159원20전으로 마감해,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환율 고점이 주가 바닥으로 작용했다”며 “2010년 중순과 2016년 초반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자금 유입도 예상된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으로 외국인 투자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무르익었다”며 “9~10월 반등장을 이끌었던 연기금의 뒤를 이어 이제 외국인이 매수 주체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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